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3.3%로 오늘날 일을 하는 여성은 (만 15세 이상) 전체 여성 인구의 절반을 상회합니다. '남녀유별', 남자는 바깥에서 돈을 벌어오고 여자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낡은 통념은 옛말이 된 지 오래인 것이죠. 그러나 이 수치는 결코 높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2005년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50%를 넘었는데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50% 초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여전히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기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도처에 존재합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용이나 승진에서 차별을 겪기도 하고, 결혼이나 임신, 출산과 같은 상황에 놓이면 경력단절도 빈번히 일어나곤 하는데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결과적으로 여성의 노동 참여를 제한시킵니다. 그런데 이번 폴리버리 레터에서 소개할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노동 참여가 저하되는 것은 경제적 위기에 한층 취약해지는, '위험한' 현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여성이 더 많이, 좋은 일자리에서 일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 참여 확대는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습니다.

연구에서는 한 나라의 경제활동을 측정하는 핵심적인 경제 지표인 총생산과 일인당 생산을 활용해 여성의 노동 참여를 개선하는 일이 경제적으로 가져다주는 이익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논문이 정의하고 있는 여성의 노동 참여 개선은 크게 양적인 부분과 질적인 부분 두 가지로 제시되는데요. 논문은 두 가지 모의실험으로 각각의 개선 상황에서 거시경제지표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때 모형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국내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여 최종균제상태로 접어든 상황을 고려하여 만들어졌는데요. 연구에 따르면 저출산 고령화에 의한 인구 감소로 최종균제상태인 2243년의 총인구는 49%로 하락하는 반면(2017년 기준), 65세 이하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총부양비는 41%p 증가한 64%에 달하게 됩니다. 인구가 감소하고 노인이 증가한다는 것은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인구 변화로 인해 한 사회의 경제에서 투입되는 모든 생산물의 총량에 해당하는 총생산과, 한 명이 생산해내는 일인당 생산도 큰 감소폭을 겪게 됩니다. 연구에서는 최종균제상태에 해당하는 2243년에 한국의 총생산이 40%, 일인당 생산이 81%로 떨어진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 최종균제상태(거시경제학): 어떠한 경제가 최종적으로 일정한 균형을 이루게 된 상태를 이르는 말.

💡첫 번째 모의실험: 여성의 노동이 질적으로 개선될 때

노동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임금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여성의 노동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정책은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고질적으로 저임금 노동에 한정될 뿐 아니라, 같은 직종에서도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논문에서는 고임금 여성 노동자가 증가하고, 같은 직종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임금을 받게 될 때 경제지표의 변화를 모형으로 설계하여 보여주었습니다. 최종균제상태인 2243년에 여성의 노동 생산성이 최대한 늘어나는 경우 총생산과 일인당 생산은 각각 1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 모의실험: 여성의 노동이 양적으로 개선될 때

여성 노동의 양적 개선이란 단순히 여성 고용을 늘리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에서는 여성의 노동비효용이 남성 수준만큼 낮아지는 경우를 모의실험에 적용하여 제시하는데요. 출산휴가, 육아휴직, 공공보육시설 확대와 같은 정책들이 여성의 노동비효용을 줄이는 방법들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여성이 남성만큼 노동시장에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두 번째 모의실험에서 여성의 노동 공급 자체를 최대한으로 증가시키는 경우 총생산과 일인당 생산은 각각 8.3% 증가하게 됩니다.

첫 번째 모의실험과 두 번째 모의실험의 결과 모두 거시경제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요. 첫 번째 모의실험, 다시 말해 여성의 노동을 질적으로 개선시켰을 때 긍정적인 영향은 두 배 가량 높아졌습니다. 여성이 노동시장에 참여하도록 하는 정책을 수립할 때 양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질적 개선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인 양육비, 보육비 지원과 같은 기존의 정책들이 여성의 노동에 대한 질적 개선보다 양적 개선에 국한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연구 결과가 추후 정책 수립의 방향을 재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여성의 노동 참여를 확대하는 첫 번째 방법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여성을 더 많이 참여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여성을 더 많이 고용하는 일을 의미하지는 않는데요. 출산휴가, 육아휴직 확대와 같이 돌봄의 주체를 여성 개인에서 사회로 전환하는 정책들 또한 결과적으로 여성 노동자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에 해당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공공보육시설을 늘리고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는 것, 파트타임 근로자에 대한 세제 혜택 또한 여성이 더 많이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정책들입니다.

• 하지만 연구에서 더 중요하게 말하고 있는 것은 여성 노동의 질적 개선입니다. 연구 결과에서도 여성 노동 참여를 양적으로 개선하는 것보다 질적으로 개선했을 때 더 경제적인 효과가 컸는데요. 육아휴직 등으로 인한 불이익을 없애는 정책이 성별 생산성 격차를 줄이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인 것이죠. 여성 노동자가 더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더 나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