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가 아니라 어머니가 바뀌셔야 합니다” 

완벽한 엄마의 이상적인 양육법: ‘집중’ 육아의 탄생

학자들은 “역사상 어느때보다도 현재 엄마들은 양육에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아이 키우는 일이라면 전문가의 힘도 빌려보고 돈도 아끼지 않는 현상이 비단 한국만의 얘기가 아닌 겁니다.  성평등에 힘입어 아빠의 육아 참여도 늘어났지만 여전히 양육은 엄마의 몫이라는 인식이 크죠. 엄마들이 양육에 돈·시간·감정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현상, 이를 “집중적 어머니 노릇 (intensive mothering)”이라고 부릅니다. 

집중 육아의 예시는 다양하겠지만, 미디어와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집중 육아를 하는 엄마의 특징을 이렇게 묘사해왔습니다. 첫째, 이들은 자녀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한다. 둘째, 육아로부터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엄마 노릇을 굉장히 힘든 것이라고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아빠를 제2양육자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집중 육아 양육법은 이상적 엄마의 조건으로 각광받으며 새로운 규범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드는데요. 정말 이 시대의 엄마들, 이 이상적 양육법의 모든 것을 따르고 있는 게 맞나요? 실제로 세간의 흐름은 이 이상적 양육법과 일치하지 않는 것 같아요. 시간과 돈을 요구하는 집중 육아는 커리어와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들에게 해내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고, 새로운 성역할 규범과 함께 좋은 양육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기도 하잖아요. 집중 육아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은 지금, 엄마들이 집중 육아 규범을 어기기도 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이에 본 논문은 엄마들이 이상적인 양육법을 받아들이고 타협해나가는 그 다양한 패턴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그 패턴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지금부터 각각의 유형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고, 각각의 유형에 속하는 엄마들은 누구일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엄마들이 양육규범과 타협해나가는 네 가지 유형

💡 유형1: 느긋한 엄마들 (33%)

네 유형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유형은 놀랍게도 느긋한 엄마 유형이었습니다. 이들은 아이와 놀아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적었을뿐 아니라 육아로부터 피로함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육아를 과제처럼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데다가, 육아가 엄마의 몫이라는 생각도 가장 약했는데요. 집중 육아 규범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유형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살펴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싱글 맘일 가능성이 높았는데요. 이는 몇몇 사회집단에서는 덜 집중적인 육아방식이 흔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유형 2: 열혈 투자자 (25%)

두번째로 많은 유형은 35시간 이상을 육아에 투자하는 열혈 투자자 엄마 유형입니다. 육아를 일이라기 보다는 ‘나의 기쁨’으로 인식하면서도, 육아를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가장 ‘힘들다(tiring)’고 표현한 열혈 투자자 유형은 미디어와 연구가 묘사해온 이상적 엄마의 모습을 가장 닮아있는데요. 그러나 아빠의 육아 참여에 대해서 호의적인 성평등한 입장을 보였다는 것에서 기존 집중 육아 규범과 차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 위 연구는 엄마들이 집중 육아라는 양육 규범과 타협해나가는 '다양한' 유형을 제시했다는데 우선 의의가 있는데요. 게다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유형이 집중 육아와는 다소 먼 “느긋한 엄마들"이었다는 사실은 모성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바로 집중 육아를 하지 ‘않는’ 엄마들에게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요. 우리는 이들이 결코 사소한 비율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든 부모가 집중육아를 한다'는 일반화를 전제로 육아의 어려움을 탐색하게 되면, 육아에 있어 원초적인 다른 차원의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e.g., 기저귀, 분유 지원)이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에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하겠죠.
  
• 나아가, 집중 육아를 둘러싼 집단간 차이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집중 육아는 시간과 돈이 필수적인만큼 특정 집단, 최소 중산층에게 허락된 육아법입니다. 실제로 각 유형은 계층, 인종, 교육수준과 유의미한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성 지원 정책이 다시금 집중 육아를 시행하는 집단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상황은 중산층 이상이라는 특정 집단에게만 수혜가 돌아가는 사태를 우려하게 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중산층이 이중 수혜를 입게 되고, 이는 오히려 집단간 격차를 더 심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 끝으로, 새로운 양육 규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가장 집중육아와 가까운 ‘열혈 투자자' 유형조차도 이상적 양육법의 조건들과 100%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관념상으로 존재하는 '집중 육아' 규범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거죠. '완벽한', '이상적인' 부모의 정의에 대한 변화가능성을 열어둔채로, 부모가 새로운 양육법을 만들어나가고, 연구자들도 이를 탐구하고, 이에 따라 정책입안자들도 정책에 반영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