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바디프로필을 찍는 이유

#여성의몸기획 #몸상품화 #외모강박

2022.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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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와 함께 발행합니다. 여성과 일, 그리고 더 나은 노동시장을 위한 고민을 담은 논문들을 달마다 키워드로 묶어 전해드려요.

📋목차

#여성의몸기획 #몸상품화 #외모감시

여성의 몸, 자본이 되다
소득 계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 여성의 '외모 감시'

내 몸은 내 선택이다! ...정말?

최근 널리 유행하는 바디프로필, 혹시 들어보셨나요? 직접 찍어 본 적은요? 예쁘고 균형 잡힌 내 몸, 아이돌처럼 극한으로 관리된 내 몸을 사진으로 찍어서 남기는 바디프로필은 두고두고 자랑이 되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내 몸을 철저히 관리하고 다듬어서 보여주는 일이 언제부터 유행이 된 걸까요? 내 몸(body)이 나를 소개하는(profile) 지표가 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까요?

올 여름 폴리버리 레터에서 준비한 '여성의 몸' 특집,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개인의 몸이 상품처럼 여겨지게 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스스로의 외모를 감시하고, 계층에 따라 다른 정도의 외모 압박에 시달리게 되는지 소개할게요.

여성의 몸, 자본이 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육체 또한 하나의 상품처럼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몸은 더이상 그냥 몸이 아닌, 관리하고 가꾸어 셀링해야 할 일종의 자본이 되었죠. 부르디외의 '육체자본'은 마치 자본처럼 평가 받고 소비되는 인간의 몸을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 육체자본: 권력과 지위, 타인과 구별되는 상징성을 보유한 몸으로서 일종의 체화된 문화자본(부르디외).

그렇다면 여성의 몸은 어떨까요? 페미니즘은 그간 여성의 몸에 대해 '나의 몸은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이라는 구호와 함께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재생산 선택권을 주장해 왔는데요. 여성의 몸이 하나의 육체자본으로 여겨지게 되면서, 이제 여성들은 '선택할 자유'가 아닌 '몸을 가꾸고 관리할 자유'를 얻게 되었습니다. 얼마든지 자유롭게 몸을 가꾸고 관리해서 여성으로서의 '몸값'을 높이라는 것이죠.

실제로 직장에서 여성의 매력적인 외모가 '몸값'을 높이는, 임금과 승진 등에 더 유리한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선행 연구들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미국 로스쿨 졸업생들의 연봉에서부터 레스토랑 종업원들의 팁까지, 매력적인 외모가 직종을 불문하고 더 높은 수입을 보장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취업 시장에는 '페이스펙(Facepec)'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어요. 취업을 준비할 때 외모까지도 꼭 준비해야 할 필수 스펙으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지요.

소득 계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 여성의 '외모 감시'

이제 여성들은 더 이상 자신의 몸을 그냥 몸으로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여성의 몸은 하나의 상품이고, 여성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 끊임없이 투자해야 하고, 극한까지 관리해야 하고, 철저히 감시해야 하는 것이죠.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상품처럼 재단하고 관리하는 것을 '외모 감시'라고 부르는데요. 이번에 폴리버리 레터에서 소개할 논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의 '외모 감시' 행위는 가구 소득과 직업 범주에 따라 정도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정답은 '외모 통념' 수용의 차이
정답은 계층별로 여성이 '외모 통념'을 수용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데 있었습니다. 외모 통념이란 말 그대로 어떤 외모가 더 아름다운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인데요. 더 소득이 높은 여성일수록 사회적으로 어떤 외모가 더 인정 받는지에 대한 통념에 순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비만에 대해 갖는 편견도 더 높았어요. 상위 계층에 해당할수록 여성의 외모가 어때야 한다는 기준 속에 살아갈 확률이 높은 셈이지요.

이처럼 외모 통념을 더 많이 지지하는 여성은 마찬가지로 외모 감시 행위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많은 상위층 여성들은 매일 체중을 재고, 칼로리를 계산하며 음식을 먹고, 살찌는 음식을 자제하고, 체중이 늘면 곧바로 다이어트에 돌입하는 등 일상적으로 외모 감시 행위를 하고 있었는데요. 500만 원 이상의 미용수술이나 지방흡입술과 같은 경험은 상위층이 하위층보다 무려 두 배나 높았습니다.

자아존중감이 모든 것의 해결책?
저자는 자아존중감이 높은 여성은 상대적으로 외모 통념의 영향을 덜 받고, 그래서 외모 감시 행위도 적어진다고 말합니다. 스스로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할 때 자신의 몸에 대한 판단도 덜 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아존중감 역시 소득이 높을수록 더 높게 나타났기 때문인데요. 소득 수준이 높은 여성은 더 높은 자아존중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계층에 따라 자아존중감과 같은 정서적인 보호막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다르게 주어지는 셈이지요.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여성의 몸에 대한 구조적인 억압을 문화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움직임들은 2000년대 이후 계속 있어 왔습니다. 2000년대 이후 전지구적으로 확산된 '자기 몸 긍정하기 문화(body positive culture)' 운동은 이런 구조적인 몸 문화를 비판하면서 획일적인 아름다움 대신 다양성을 존중하는 아름다움을 인정해야 할 것을 촉구했는데요. 2015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젊은 여성 중심으로 전개된 탈코르셋 운동 또한 이와 비슷한 대안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당연시해왔던 여성의 몸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들과 억압을 거부하려는 집단적 반발이 일어난 것이지요.

2010년 이후 영국 정부는 '몸 자신감 캠페인(Body Confidence Campaign)'을 통해 여성의 강박적인 외모 감시 행위를 공적으로 저지하고자 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의 몸에 대한 감시가 개인이 아닌 구조의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공적인 개입을 통해 위험한 몸 문화를 저지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