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머의 두 얼굴
• 젠더 혐오를 조장하는 유머

SNS 속 유머, 가볍게 넘어가도 될까?

유머의 두 얼굴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줄 때 유머만큼 좋은 게 없죠. 무심코 던진 농담 한 마디의 효과, 다들 경험해보셨을 거예요. 많은 커뮤니케이션 연구들은 상호 간 커뮤니케이션에서 유머가 어떤 기능을 하는 지 다뤄왔습니다. 유머는 정보 전달 효율성을 높이고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특히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하는데요. 유머는 정보 제공자에 대한 친근감, 신뢰도, 호감도를 높여 정보 수용자로 하여금 반박할 가능성을 줄여주기 때문에 설득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설명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한편, 일부 다른 연구들은 유머가 설득 효과와 동시에 편견 강화 효과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해왔습니다. 유머가 특정 집단에 대한 비난과 합쳐져 조롱의 형태가 될 때, 이는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가볍게 생각하게 만들어 차별의 심각성을 줄이고 차별을 쉽게 표출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비하 유머 대상이 인종, 성별, 이주민 등 사회 소수자 집단일 경우, 부정적 평가를 더 많이 부추겨 편견 강화 정도가 더 악화됩니다. 실제로 유머가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실증 연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유머에는 사회적 위계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해외의 한 연구는 변호사 같은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집단이 비하 유머의 대상이 될 경우, 유머가 해당 집단에 대한 편견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사회 지배 성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비하 유머에 대핸 ‘그저 농담일 뿐(just a joke)’이라고 여기는 성향도 강했죠.

젠더 혐오를 조장하는 유머

유머가 사회적 편견과 혐오를 강화시킨다면, 과연 젠더 혐오에도 영향을 끼칠까요? ‘수진이가 허락해야 함’, ‘퐁퐁남’, ‘웅앵웅’ 등 요즘 SNS에 유머로 가장한 젠더 혐오 표현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이와 같은 SNS 속 젠더 혐오 유머가 실제로 젠더 혐오 태도로 이어질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국내 연구팀은 대한민국 20~30대 성인남녀 총 41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시물 타입의 콘텐츠를 임의로 제작한 후, 연구 대상자들을 무작위로 동성혐오 표현, 이성혐오 표현, 동성혐오 유머, 이성혐오 유머 콘텐츠에 배정하고 이들의 반응을 살펴보았죠.

💡 유머 속 교묘하게 숨겨진 혐오

혐오 대상이 동성인지 이성인지 여부와 혐오메시지에 유머 포함 여부가 유의미한 영향력을 가진 변수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우선, 혐오메시지에 유머러스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 때, 남성과 여성 모두 해당 메시지에 숨겨진 혐오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즉, 혐오가 아닌 유머로서만 해당 메시지를 받아들임으로써 유머러스한 혐오메시지는 가볍게 용인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죠. 또한 혐오 대상에 따라 혐오메시지의 수용도도 달랐는데요. 두 성별 모두 동성이 아닌 이성 혐오메시지를 더 재미있다고 느꼈으며 해당 메시지에 반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는 겁니다. 또한, 이성 혐오메시지를 접할 때 해당 대상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해당 결과를 종합해보자면, 유머가 결합된 젠더 혐오 메시지에 노출되면, 해당 메시지는 유머로 포장되어 쉽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으며, 유머로 포장된 메시지는 혐오를 숨기는 동시에 젠더 혐오를 강화할 수 있는 증폭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유머를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는 젠더 위계구조

한편, 젠더 혐오 메시지를 대하는 태도에서 남성과 여성은 상이한 차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유머러스한 이성혐오 메시지를 더 가볍게 받아들이며, 유머대상인 여성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저자는 이를 사회적 위계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설명합니다. 비하 유머 대상이 사회적 위계가 낮은 집단일수록 해당 대상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강화된다는 기존연구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이죠. 반면, 두 성별 모두 동성보다 이성혐오 유머를 더 재미있다고 느끼긴 했지만, 여성의 경우 같은 성별인 여성 비하 유머를 볼 때 비하 대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낮았습니다. 저자는 이를 ‘내집단 우호주의’ 태도로로 설명합니다.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회구조적 위계가 낮기 때문에 동성 혐오 메시지에 노출되어도 내집단인 유머대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할 수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남성은 유머로 남성이 조롱당한다고 해서 위계 구조 자체가 전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굳이 편을 들어줄 이유가 없는 것이죠.

📌 그럼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 팀원이 되면? 

1. 두 달에 1~2번 폴리버리레터를 직접  작성해요.
2. 매달 정기적으로 한 차례 회의를 가져요. 소개할 논문을 선정하고, 작성해온 레터에 대한 의견을 나눠요.
3. 폴리버리레터는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라 금전적 보수는 따로 지급되지 않아요. 그러나 지원받는 소정의 활동비로 매달 회의를 마치고 맛있는 음식을 팀원들과 함께 즐기고 있답니다. 비슷한 관심사에 대해 읽고, 쓰고, 대화하는 작지만 알찬 커뮤니티에 소속되는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 팀원이 되려면?

1. 젠더/청년/노동/정책이라는 키워드에 진심어린 관심을 가진 분들이 지원하시길 추천드립니다.
2. 글쓰기를 좋아하시고, 글에 대한 피드백을 긍정적으로 수용하실 수 있는 분을 찾고 있어요.
3. 현재는 사회학과 대학원생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요. 그러나 학력이나 전공이 같지 않아도 관련 주제의 논문을 찾고, 독해하고, 풀어쓸 수 있다면 누구든 환영합니다.

• 지원 방법: poliveryletter@gmail.com 으로 지원서(자유양식)를 보내주세요. 마감 기한 따로 없으나, 적절한 팀원이 선발되면 자동으로 마감될 예정입니다. 예상 충원 팀원 인원은 약 1~2명 정도입니다.

• 2022년 7월 25일 폴리버리가 발행한 '낙태, 논쟁의 핵심은 법에 있지 않다' 레터 기억 하시나요? '여성의 몸' 시리즈로 기획된 해당 레터에서는 유산유도약인 미프진 도입과 관련하여 임신중지에는 사회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와 관련이 있음을 강조하였는데요. 최근 미프진의 국내 도입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래 신문기사를 클릭하여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세요. 👉 "유산유도제 '미프진' 국내 도입 무산… 그사이 불법 유통 판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