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직업으로는 _______만한 게 없다고?"

일-가정 ‘일치’라고 들어봤어?

워킹맘들의 가장 큰 고민. 바로 일터에서의 의무와 가정에서의 의무를 어떻게 동시에 수행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학자들은 이를 일-가정 갈등(conflict), 일-가정 양립(balance)이라는 단어로 표현해왔습니다. 저자는 교사의 일-가정 양립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에 앞서 대안적인 프레임워크를 가져오는데요. 바로 일-가정 일치(alignment)입니다. ‘일치’ 내지는 ‘정렬’로 해석될 수 있는 alignment로 짐작할 수 있듯, 일-가정 일치는 단순히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루는 것을 넘어, 일렬로 나열했을 때 두 선이 나란히 같은 방향을 보며 일치하는지를 살펴보는 개념이에요. 그림과 함께 보시면 좀 더 이해가 가실 거에요.

Difference between balance and alignment (출처:www.spitfireinstitute.com)

일-가정 일치가 잘 이뤄진다는 말은 말 그대로 일-가정이 손발이 딱딱 맞게 정렬이 됐다는 거죠. 여기서 ‘일-가정 일치'는 다시금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눠질 수 있는데요. 하나는 기능적인(functional) 일치이고, 하나는 이념적인(ideological) 일치입니다. 기능적인 일치가 일상 스케쥴·출근·휴가의 관점에서 일과 가정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를 보는 개념이라면, 이념적인 일치는 ‘좋은 엄마'를 둘러싼 이념들과 ‘좋은 노동자'를 둘러싼 이념이 얼마나 일치하는지에 대한 차원입니다. 일-가정 양립을 둘러싼 그동안의 담론은 대부분 “얼마나 육아휴직을 사용하기에 용이한지”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특히나 이념적인 일치는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차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이 일-가정 일치 개념을 활용하여 교사의 삶을 한번 들여다볼게요. 기혼 여성 교사의 일과 가정은 기능적으로, 이념적으로 얼마나 잘 정렬되어있을까요? 또 우리는 이 사례로 어떤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선생님=좋은 엄마, 엄마=좋은 선생님?

💡 기능적(functional) 일-가정 일치

인터뷰에 응한 교사들은 기능적인 차원에서 “교사는 어떤 직업보다도 일-가정을 병행하기에 용이한 직업”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육아휴직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퇴근을 일찍 할 수 있어서 가정에 충실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있어서 자녀와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죠. 엄마에게 호의적인 (mother-friendly) 일터 환경이라고 표현했어요.

💡이념적(ideological) 일-가정 일치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근무일정의 기능적 차원 뿐만 아니라 이념적으로도 일-가정의 일치 정도가 높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교사는 ‘좋은 엄마’와 ‘좋은 노동자’에 대한 기대가 충돌하지 않고 일치하는 희귀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교육과 양육 사이에 있는 직업 특성상, 선생님으로서 일터에서 배운 것을 가정에서 육아에 적용하기도 하는가하면,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칠 수도 있었죠. 심지어는 “엄마같이 따뜻한" 선생님을 기대하기 때문에 실제로 엄마인 기혼 여성 교사들이 그렇지 않은 교사에 비해 더 인정받는 분위기도 있을 정도였어요.

📌그럼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 이 연구는 일-가정 양립 정책에 대해 곯머리를 앓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공합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우선 ‘잘 되고 있는 사례’를 보라는 거였죠. 그래서 일-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교사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우리는 일-가정 ‘일치’의 차원에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교사는 단순히 가족과 병행이 가능한 근무 일정을 가졌을뿐 아니라, 좋은 엄마에 대한 기대와 좋은 선생님에 대한 기대(ideology)가 일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기존의 일-가정 양립 정책은 기능적인 일치에만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었다보니, 이제는 ‘이념적 일치까지 고려하며 일-가정 양립이라는 개념을 확장해야 할 때’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 한편, 우리는 이 ‘일치’를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봅시다. 엄마에 대한 기대와 노동자에 대한 기대가 일치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일까요? “엄마는 _____해야 한다"는 기대가 애초에 차별적인 것이라면, 그 기대와 꼭 일치하는 직업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일치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질서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차별적인 사회에서의 일-가정 일치 상태를 결코 완전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이 연구로부터 “여성들이 교사가 되어야한다”와 같은 결론을 이끌어내면 안되겠죠. ‘일-가정이라는 각각의 선상이 일치한다'라는 새로운 시각을 수용하되, 애초에 그 두 선이 어떻게 그어져있는지 상기하고, 또 두 선을 새로 그리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