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를 기반으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을 넘어서, 정책이 시행된 이후의 일들을 살펴보는 시리즈의 두 번째입니다. 지난 번 레터에 이어서 성희롱 대응 후 발생하는 문제점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우선은 성희롱 신고 후 피해자들이 마주해야 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한 연구는 성희롱 신고율이 이토록 낮은 것은 신고 후 승진에 불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신고율(미국에서는 약 5~30%)이 낮은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온라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사라 카터(Sarah Carter)’라는 가상의 여성 직원의 정보가 담긴 파일을 보여주고, 참가자들은 이 여성의 승진을 추천할 가능성에 대해 1~7점 사이의 점수를 매겼어요.

• 실험 참가자들은 Amazon Mechanical Turk를 통해 모집했는데, 미국 전체 인구를 정확히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다양한 인구로 구성되었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모집된 연구 참여자들이 전체 인구에 대해 대표성을 갖는 표본에 견줄 만하다고 보았어요.

• 비일관된 사건 배정: 최근 성희롱 신고사건이 늘어난 데 비해, 각 지방고용노동관서의 근로감독제도 운영 방식은 서로 달랐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 2018년부터 성희롱, 성차별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근로감독관을 배치하기 시작했지만, 각 지방고용노동관서마다 성희롱 신고 건수와 인력구조가 달라 어떤 곳에는 전담 인력 배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어요.

• 실질적인 교육 부재: 많은 근로감독관에게 ‘성인지감수성’이나 ‘피해자 관점*’은 낯선 개념이어서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고 있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근로감독관의 말에서 오히려 상처를 입은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성희롱이나 성차별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한 교육 프로그램은 없다시피했고,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 또한 다른 사건에 비해 빈약한 상황이라고 해요.

  *피해자 관점: “피해자와 같은 위치나 상황에 있는 사람/여성의 입장에서 그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 (252쪽)

• 가해자 처벌의 한계: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성희롱 사건은 <남녀고용평등법>에 근거해 처리되는데, 이 법은 성희롱 규제와 예방 책임을 사업주에게 부과합니다. 그렇기에 근로감독관의 조사 결과 시정조치가 내려져도, 가해자가 사장인 경우에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사장이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사업주를 거쳐서 가해자를 처벌해야 하는 법의 한계 때문에 사업주의 의지가 없으면 가해자 처벌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 우선, 첫 번째로 소개한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성희롱을 피해자의 동료가 신고하는 경우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는 경우와 달리) 피해자에게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적다는 점은 희망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관자를 줄이는 것만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 이번에 살펴본 근로감독제도에 한정해서 보면, 근로감독관의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위 연구에서는 각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여건을 고려하면서 전담 근로감독관 제도를 제대로 도입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 및 성차별 사건 신고 건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담 근로감독관이 적절한 사건 수를 배정받고 업무를 적절히 조정할 수 있도록 하여 성희롱, 성차별 업무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도 있어요.

• 근로감독제도는 성희롱에 대해 조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방하는 것에도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성희롱 발생 사업장이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감시하여 사업장이 성희롱 예방에 대해 경각심을 갖도록 할 필요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