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교육으로 예방 가능할까?

#육아휴직 #성희롱_예방_프로그램 #고졸청년

2022. 1. 28.

💌성희롱, 교육으로 예방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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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리버리 레터는?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와 함께 발행합니다. 여성과 일, 그리고 더 나은 노동시장을 위한 고민을 담은 논문들을 달마다 키워드로 묶어 전해드려요.

💌 1월의 폴리버리 레터:

연구를 기반으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을 넘어서, 정책이 시행된 이후의 일들을 살펴보는 시리즈의 첫 번째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돌봄 정책, 그리고 성희롱 예방 프로그램의 효과를 살펴봅니다.
마지막 꼭지에서는 고졸청년의 노동시장을 다루었어요.

📝목차

#육아휴직

육아휴직, 얼마나 잘 시행되고 있을까?
육아휴직의 젠더효과

#성희롱_예방_프로그램

성희롱 대응 절차와 직원 교육의 역효과
관리자 교육의 힘

#고졸청년

고졸 청년과 노동시장 불안정

지난 10월, 11월 레터에서 각각 #돌봄과 #직장내성희롱에 대해 살펴봤던 것, 기억하시나요?

2022년 첫 레터에서는 부부의 평등한 자녀 돌봄을 위한 정책과 직장 내 성희롱 예방 프로그램이 시행됐을 때의 결과를 살펴본 연구들을 가져왔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결과가 늘 의도한 대로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연구는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요.

💎다음 달 젠더연구소에서 발표하실 권현지 교수님의 연구는 12월에서 2월로 일정이 변경되어, 변경 이전에 발행된 11월 레터에서 다뤘어요.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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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그 이후는?

한국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속해서높아지고 있지만, 결혼, 출산 그리고 육아를 경험하게 되는 시기에 대거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10월 레터 읽으러 가기)

이처럼 노동자가 육아로 인한 부담으로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휴가를 제공하는 제도가 바로 ‘육아휴직’입니다. 현행 육아휴직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가 있는 남녀 근로자가 양육을 목적으로 사업주에 휴직을 신청하는 제도입니다.

육아휴직, 얼마나 잘 시행되고 있을까?

여성과 남성 모두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도입된 육아휴직. 과연 육아휴직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한국의 한 연구의 경우, 육아휴직제도가 직장으로의 복귀나 동일 사업장에서의 근속기간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합니다.
또 다른 선행연구에 따르면 육아휴직과 같은 제도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져 또 다른 검증을 받지 않고도 대부분 합리적인 선택으로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합니다. 이렇게 도입된 제도는 실질적인 효율성과 효과성과 상관없이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과 조직들로부터 보다 쉽게 정당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육아휴직 또한 그 효과와는 무관하게 합리적이고 정당한 제도로 인지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과연 육아휴직제도는 얼마나 잘 실행되고 있으며, 노동자가 육아로 인한 부담으로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돕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조직의 규모, 성격에 따라 다른 육아휴직의 시행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육아휴직의 시행은 조직의 성격에 따라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시성이 더 높은 조직일수록 더 긴 육아휴직을 보낼 수 있다
기업을 규모에 따라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으로 나눌 경우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 긴 육아휴직을 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공공영역에 속한 조직일수록 육아휴직 기간이 더 길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육아휴직 제도의 사각지대
흔히 전문가 집단 또는 인사조직이 존재하는 기업의 경우 육아휴직제도가 더 잘 시행되리라 예측됩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사조직은 오히려 육아휴직의 실질적인 시행을 저해한다고 합니다. 육아휴직제도는 30일 이상 1년 이하의 휴직 기간을 제공한다면 법률 위반이 아닙니다. 이때 인사조직과 같은 전문가 집단은 조직이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육아휴직이 시행되도록 돕는 것인데요. 애초에 육아휴직이 노동자가 육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도입된 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모성보호 정책이 많을수록 육아휴직 기간은 길어진다
조직 내에서 실제 운영되고 있는 모성보호 정책이 많을수록 더 긴 육아휴직을 보낼 확률이 높아집니다. 특히 모성보호 정책 중 육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제도들이 많을수록 휴직 후 노동자들이 복귀 및계속 재직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모성보호 정책은 육아휴직과 노동자들의 근속기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참고 논문: 고원태. (2019). 제도의 도입과 실행의 간극: 육아휴직 기간과 복귀를 중심으로. 사회과학논집, 50(1), 9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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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의 젠더효과

육아휴직제도는 노동자가 육아로 인한 부담으로 일을 그만두지 않도록 하는 것 외에도 남성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육아휴직제도는 젠더 중립적 제도로 남녀 모두가 신청하게 되어있습니다. 육아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함께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죠. 그 결과, 2020년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약 20% 정도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율이 여성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여성과 남성 사이에는 육아휴직을 결정하는 동기와 휴직 이후 복직에서 보이지 않는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여성과 남성의 육아휴직은 기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한 연구에 참여한 여성 응답자들의 경우 육아휴직 기간이 4~5년 정도로 상당히 길었던 반면, 남성 응답자들의 휴직 기간은 1개월~1년으로 비교적 짧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우 복직을 한 후에도 돌봄 제공자를 구하고, 업무 시간과 돌봄 시간을 조정하는 등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여성들은 조직 내에서 부정적인 평판을 받고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공공기관보다는 민간 부문과 비정규직에서 더 두드러지며 특히 경쟁이 심하고 성과를 중시하는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서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시에 여성은 복귀 후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를 버렸냐’는 비아냥과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 결과,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전문직 등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에 근무하던 여성들도 육아휴직 후에는 경력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물론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 모두가 어려움을 경험합니다. 특히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경우 ‘남자가 육아휴직을 쓰느냐’와 같은 반응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 육아휴직 동안 낮은 소득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경험했습니다.

📌그럼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저자는 현재 육아휴직 제도가 기존의 육아에 관한 성별 분업체계를 약화하기보다 오히려 그것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남성의 육아휴직을 더 많이 격려하고 지원하는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남성이 육아 및 돌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가 사업장을 지원해주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합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휴직 후 복귀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을 고려해 업무 재적응과 교육, 가족관계와 육아 등에 대한 상담과 지원 등이 필요합니다. 또한, 육아휴직이 출산 및 양육으로 인한 노동자의 경력 단절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단축 근로시간을 포함한 유연근무제와 같은 ‘점진적인 복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일과 생활 균형을 실현하기 위해 육아휴직과 함께 훨씬 더 많은 다층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 예시로는 노동시간 단축, 공적 돌봄의 확대, 돌봄 관련 휴가제도 확대, 가족 친화적 기업 문화 정착, 돌봄의 성별 분업 완화를 위한 인센티브 등이 있습니다.

💎참고 논문: 양현아, 황정미, 권현지, 전윤정, 김정혜. (2021). 육아휴직 이후 무슨 일이 있었을까? : 젠더효과와 고용유지를 중심으로 본 심층면접 분석. 여성연구, 109(2), 6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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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예방 프로그램: 관리자 교육의 힘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에게 정신적인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이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이직은 소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높다고 이전 연구들에서 밝혔는데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11월 레터 읽으러 가기)

그렇다면, 성희롱이 만연한 조직에서는 여성 구성원들의 이탈이 잦아, 장기적으로 조직 내에 높은 지위를 차지한 여성이 적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설을 바탕으로 미국의 한 연구는 805개의 사기업에 대해 32년(1971~2002년)에 걸쳐 수집된 자료를 분석했어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들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여성 관리자 비율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 건데요. (1) 성희롱 대응 절차 도입, (2) 관리자 대상 교육, (3) 직원 대상 교육, 이렇게 세 가지 정책의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배경 설명을 조금 하자면, 2002년을 기준으로 위의 805개 기업 중 (1) 98%가 성희롱 대응 절차를 도입한 상태였어요. 또, (2) 이들 기업의 82%에 관리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고, (3) 64%가 직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었고요. 이처럼 세 가지 정책이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는데도 직장 내 성희롱이 감소하지 않은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연구자들은 미국의 인종적 맥락을 고려해, 인종별 여성 관리자 비율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성희롱 대응 절차와 직원 교육의 역효과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1) 성희롱에 대한 대응 절차(신고 접수 등)를 이용했을 때 가해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신고한 피해자의 다수는 보복을 경험하고, 신고하지 않은 피해자에 비해 커리어 상의 피해나 정신적, 신체적 건강 악화를 겪기도 합니다. 이 연구에서 분석한 결과에서도, 성희롱 대응 절차를 도입한 뒤 기업의 백인 여성 관리자 비율은 유의미하게 변하지 않았고,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여성 관리자 비율은 감소했어요.

한편, (2) 관리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은 대체로 관리자를 피해자의 편(ally)으로 여기고 성희롱 가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에 대한 훈련을 제공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한 기업들에서는 평균적으로 백인, 흑인, 아시아계 여성 관리자의 비율이 늘어났어요. 그러나 백인 여성 관리자의 경우에는 '백인'이라는 인종적 특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소수 인종 여성 관리자 집단과는 다르게 비율이 일정 정도를 넘어서면 남성 관리자의 지위에 위협으로 인식된다고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조직에 여성 관리자 비율이 가장 높은(=관리자의 여성 비율 ≥ 37.5%) 기업 집단에서는 오히려 관리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백인 여성 관리자의 비율을 줄였어요. 그러나 반대로 소수 인종 여성 관리자 비율은 이처럼 여성 관리자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에서만 늘어났고요. 전반적으로 봤을 때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기업의 여성 관리자 비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반면, (3) 직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은 주로 성희롱 관련 법을 설명하거나 성희롱 관련 행위를 알리고 이에 따른 대응 방법이나 제재 절차에 초점을 둡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교육을 받는 이들이 스스로를 '잠재적 가해자'로 여길 가능성이 높아, 성희롱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 오히려 교육에 강한 반감을 갖는 등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연구에서도 직원 대상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한 기업들에서는 장기적으로 여성 관리자 비율이 증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백인 여성 관리자의 비율은 감소하는 역효과가 확인되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존의 성희롱 대응 절차는 성희롱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높았어요. 이를 고려해, 실제로 몇몇 기업들은 같은 가해자에 의한 피해자가 또 있다는 걸 확인할 때까지 피해자가 신고 사실을 고용주로부터 숨길 수 있는 온라인 신고 시스템 등 대안적 절차를 마련하고 있어요. 한편, 전반적으로 관리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 여성 직원의 이탈을 막는 데 가장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죠. 그렇다면 관리자를 대상으로 하던 교육 프로그램을 조직의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면 성희롱 방관자를 줄이는 데 더욱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위의 연구는 미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 한국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한 국내 연구에서도 성희롱 예방 교육에 대해 교육 대상자가 부정적 감정(반감 등)을 가지고 있을 때 인식적, 행동적 측면 모두에서 교육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어요.

대학 내에서 교수의 성희롱에 초점을 둔 이 국내 연구에서는, 성희롱 예방교육이 성희롱 예방에 관한 법령이나 가해자에 대한 제재 등 강제성 관련 내용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일회성의 일방적인 대규모 강연 형식을 취하는 것을 문제 삼는데요. 이런 교육 방식은 교육 참여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해요. 교육 대상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고, 성희롱 피해자나 성폭력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의문시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구성하면 성희롱 예방 프로그램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거라고 제안합니다.

💎참고 논문: Dobbin, F., & Kalev, A. (2019). The promise and peril of sexual harassment program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6(25), 12255-12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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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논문: 하혜숙. (2010). 대학내 성희롱 예방교육에 부정적 정서가 미치는 영향 분석:

교수 예방교육을 중심으로. 아시아교육연구, 11(1), 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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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청년과 노동시장 불안정

한국은 대학진학률 70%라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청년과 관련된 대부분의 관심은 대학을 졸업한 청년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 뿐만 아니라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개인의 역량보다 학력이 높을수록 고용률과 시간당 임금이 높아지는 경향이 보입니다. 이는 고졸 청년이 청년에 대한 관심에서 소외되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러한 어려움은 청소년기 후기에서 성인 전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아래에서 소개해드릴 연구는 고졸 청년이 이행 과정 중 노동시장에서 경험하는 어려움과 중첩된 상황에 대해 다룹니다.

노동시장과 청년, 왜 문제일까?

청년은 이미 노동시장에 있는 이들과 비교했을 때 숙련이 부족하고, 정치적 영향력이 약해서 ‘상대적 약자’로 고려됩니다. 따라서 이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어려움을 겪거나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머물기도 합니다. 청년들이 경험하는 노동시장 진입의 어려움, 비정규직 증가와 같은 문제는 안정적 고용의 어려움, 경제적 독립 및 분가/결혼/출산의 지체와 같은 어려움을 연속적으로 낳습니다. 즉, 청년들이 경험하는 노동시장 진입의 어려움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 연쇄적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청년들이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원가족과의 관계에 따라 그 정도가 다릅니다. 먼저 대졸자와 고졸자를 비교했을 때, 대졸자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과거 고졸자들이 취업할 수 있었던 일자리에 대졸자들이 취업하면서 고졸자들의 노동시장 이행 문제의 어려움이 더 심각해졌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대졸자들은 노동시장으로의 이행 과정에서 더 큰 변동성을 경험하지만 졸업 이후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 기회가 주어지지만, 고졸자에게는 기회가 부족한 점 또한 문제입니다. 또한, 고졸자 청년 내부에서도 노동시장 이행 과정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의 정도가 상이한데요. 남성에 비해서 여성이, 특성화고 출신에 비해서 일반고 출신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고졸 청년

원가족의 상황과 비진학 결정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고졸 청년이 특성화고 또는 대학교 진학 포기하는 이유로 원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일찍 돈을 벌 수 있는 진로를 선택한 것입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은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만이 아닌, 부모 및 가족의 지지, 관계 단절을 포함합니다. 특히 고교진학 시점에 부모의 노동시장 지위가 안정적이지 못할 때 자녀가 고졸로 남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부모의 학력과 자녀의 학력이 대물림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의 이행
대부분의 고졸 청년들은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때 경제적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진로에 대해 충분히 탐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졸 청년이 대학을 다니며 진로 탐색의 기간을 갖는 것과 달리 고졸 청년은 지원이 부족한 상태로 노동시장에 떠밀려 진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학교에서 취업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특성화고 청년들과 달리 고졸 청년은 고졸 신분으로 당장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 보니 대부분 저숙련 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고졸 청년의 첫 직장은 주로 ‘직업’과 ‘아르바이트’의 중간적 성격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과정에서의 차별과 장벽
고졸 청년은 취업한 후에도 임금과 승진에 있어서 차별을 자주 경험합니다. 특히 자신의 숙련도가 대졸자보다 더 높은 경우에도 차별을 당하기도 합니다. 고졸 여성의 경우에는 근로자가 아닌 ‘나이 어린 여성’으로 인식되어 성희롱이나 성차별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경력형성 및 숙련축적의 어려움
고졸 청년이 노동시장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경력을 쌓고 숙련을 축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압력 속에서 일관성 있는 경력을 쌓는 일은 쉽지 않은데요. 대부분의 고졸 청년이 불안정한 노동시장이라는 현실 속에서 장기적 전망보다는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소진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경력형성과 숙련축적은 좌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정된 일자리에 취업을 하더라도 자신의 적성이나 희망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잦은 이직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특히 고졸 청년은 경제적 압박 속에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미래의 모색하고, 고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즉, 경제적 상황이 시간빈곤을 초래하고, 진로에 대한 모색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정책과 제도의 한계
고졸 청년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률이 대졸 청년과 비교했을 때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고용주의 가입 의무 회피가 가장 많았고, 자발적 실업으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사회보험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업 훈련을 경험한 고졸 청년의 경우 분야가 너무 한정적이거나, 커리큘럼이 불만족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계고 비진학 취업지원서비스 강화방안을 통해 일반계고 재학생에게도 ‘진로수정’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더욱 현실적인 이유로 대학 비진학을 선택하는 청년이 많은 만큼 고교 졸업 전후로 청년에게 노동시장 진입 과정을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성인 초기의 지원은 이후 노동시장 이행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고졸 청년이 숙련을 축적할 수 있는 방안 또한 필요합니다. 기존의 내일배움카드제도나 근로자직업능력개발훈련, 취업성공패키지 등의 프로그램 외에도 고졸 근로 빈곤층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이와 더불어 고졸 근로 빈곤층이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경제적・시간적 여유 확보를 통해 고졸 청년이 장기적으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고졸 청년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고용서비스 지원을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