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이 청년문제를 제대로 담기 위해선... 

청년 정책을 논하면서 ‘젠더’ 관점을 뺀다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논문의 저자는 1차 기본계획에는 젠더 관점이 부재했고, 청년 집단 내 성별 차이를 지웠다고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 시행으로 인해 오히려 성별 격차와 불평등이 확대되는 위험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다양한 청년 문제를 포함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에도 불구하고 1차 기본계획은 여전히 일자리 정책을 중심으로 둔 채 다른 영역은 이와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제안하고 있었어요. 그런 이유로 논문 또한 취업지원 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루게 되었다고 밝힙니다.

청년 정책이 전제하고 있는 청년의 성별은 남성이다

1차 기본계획에서는 청년 연령을 19-34세로 설정하고, 결혼하지 않은 비혼 1인 가구를 핵심 단위로 전제하고 있습니다. 연령 상한에 대한 논쟁은 활발히 이뤄졌었는데요. 현재 한국의 청년기는 대학원 진학, 공무원 시험을 포함해 각종 구직 시험 준비 등으로 길어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상한을 높게 잡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결정적이었다고 해요.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연령 범주가 남성중심적 기준에서 설정되었다고 비판합니다. 취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남과 여 모두의 현실이지만, 남성의 군 복무 등을 이유로 평균적으로는 청년 여성이 첫 취업 시기가 상대적으로 빠릅니다. 또한 여성의 초혼 연령(21.1세, 2021년 기준)과 초산 연령(32.6세, 2021년 기준) 모두 청년 연령 범주에 포함되어 있죠. 그러나 정책의 방향은 이러한 청년 여성의 현실과 무관하게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획득(비혼 1인 가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즉, 연령 범주와 정책의 방향 모두 남성청년 기준으로 문제를 인식하여 설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본계획의 비전과 추진 영역에서도 성인지적 관점의 부재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1차 기본계획은 정책 대상으로 “일반 청년과 취약계층”을 설정하고 취약계층을 비교적 상세하게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어요. 그러나 여기에는 ‘성별’ 범주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성적 자기결정권, 성폭력 및 폭력로부터의 안전, 노동시장과 가족 내 지속되어온 성별 격차 등을 볼 때 여성의 취약성은 분명히 실존함에도 말이죠. 저자는 정책 구성에 나타난 젠더 관점의 결여는 이후 각종 정책에서 성별 분리 통계 작업이나 성인지적 해석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일자리 진입 단계부터 그 이후까지 여성과 남성의 현실은 다르다

기본계획의 일자리 분야 정책 목표는 “청년의 일할 권리 보장”이며 이를 위해 4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 청년 일자리 확대 및 역량 강화’, ‘2. 청년 창업 활성화 및 내실화’, ‘3. 청년의 일터 안전망 강화’, ‘4. 공정채용 기반 구축 및 직장 문화 개선’입니다. 그러나 세부 과제 실천에 있어서 여전히 청년 여성과 남성의 불균형한 현실이 고려되지 않은채 정책 목표가 추진되고 있어, 오히려 정책 추진의 결과가 현존하는 불균형을 심화시킬 위험이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 첫 일자리 성별 격차: 한국은 남성의 의무적 군복무로 인해 노동시장 진입 연령에서 성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더 일찍 취직하고 취업 준비기간도 더 짧았어요. 그러나 이는 여성이 고용안정을 보다 빨리 이룬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여성의 첫 월평균 임금은 남성보다 낮고, 이는 이후 10년 이상 임금과 고용 안정에 장기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첫 일자리의 질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죠. 여기에 더해 계속 문제되고 있는 성별에 따른 불공정 채용 관행도 정책에선 논의되지 않고 있어, 여성의 첫 일자리 진입에서 발생하고 있는 질적/양적 문제들이 정책에서 배제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 성별 전공/직종 분리: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교육계열을 제외하고는 모든 계열에서 남성의 취업률이 여성보다 높고, 전공별로 봤을 때 의약계열과 공학계열의 취업률이 높았어요. 그러나 일자리 수요가 많은 공학계열 내에 남/여 비율은 8:2 수준이었고, 그러한 성비 불균형 안에서 여성 공학 전공자의 취업률마저도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전공분리가 직종분리로 이어지는 동시에 그 안에서도 성별 격차가 지속 관여하면서, 전체 격차는 더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던 것이죠. 특히 최근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디지털’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때 성별 전공 분리 현상이나, 신산업 분야의 비전공계열 배제의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이러한 격차를 확대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 안전하게 일할 권리: 여성가족부의 조사(2020)에 따르면 성희롱 첫 피해 연령으로 19~35세의 청년기가 가장 높은 비율(70.6%)을 보였어요. 그리고 성희롱 피해는 공공기관, 사무실, 공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은 청년 여성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의 핵심적인 문제라는 걸 보여줍니다. 많은 학자들은 직장 내 성폭력과 성희롱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와 깊이 관계하고 있음을 밝혀 왔습니다. 따라서 정책의 3번 과제인 ‘일터 안전망 강화’에서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와 성문화로 인한 젠더 괴롭힘을 포함하지 않은 건 문제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 현재의 기본계획을 좀더 성인지적 관점으로 재구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청년기 전후로 생애과정 전반에 존재하는 성별 차이가 성별 격차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해소-차단하기 위한 정책 기획을 요구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배제되어 있는 청년의 결혼, 임신, 출산, 양육 등의 재생산 활동과 그로 인한 노동시장 이탈 가능성까지 청년 집단의 조건으로 포함시켜야 합니다. 돌봄으로 인한 성별 불평등의 누적 효과나 여성의 경력단절과 같은 문제까지 청년정책에서 포괄적으로 다룰 것을 제안해봅니다.

• 저자는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한 구체적 대안으로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고려해볼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성별, 고용형태별 임금과 노동시간 같은 노동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성별 격차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공시 항목을 성별에 따른 고용형태/직종/직무/직급/근속연수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 나아가 저자는 여성가족부가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재 ‘22년 시행계획의 일자리 분야 과제 148개 중에서 고용노동부(34개) > 중소벤처기업부(20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12개) > 농림축산식품부(10개) > 문화체육관광부(9개) > 여성가족부(6개) 순으로 과제를 맡고 있습니다. 정책이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인데, 기존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성차별에 대한 개선 조치가 동반될 필요를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책의 시행이 오히려 기존의 불평등을 강화할 수도 있어요. 따라서 청년 일자리 정책이 성평등한 방향으로 수립-이행되기 위해 여성가족부의 개입과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