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안녕하지 못한 여성정책. 뭐가 문제일까?

여성정책에 대한 관료 저항은 언제나 있었지만…

여성정책에 대한 관료들의 저항은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고요.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관료 저항은 기존의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왜 지금의 저항이 더 문제적인걸까요?

기존에 늘 있어왔던 저항은 대체로 관료 개인의 인식에서 비롯됐어요. 성평등한 변화의 필요성을 부정하거나, 성평등의 문제를 사소하거나 이미 해결된 것으로 치부하거나, 자신에게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없다는 식이었죠. 물론 관료 조직 차원의 저항도 있었어요. 그러나 이러한 저항 모두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공직 주체로서 규범 속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일은 어려웠습니다. 

반면 현재는 중앙 정부가 여성정책에 대한 공적인 괴롭힘을 주도하고 있죠. 그러다보니 암묵적으로 존재하던 관료 저항이 세를 키워 그 존재를 전면으로 드러내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어요. 여성정책의 진보는 고사하고, 후퇴의 위기를 맞이한 이유입니다.

여성정책이라고? 그럼 남성정책도 만들어!

연구자는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제 여성정책과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공무원들과 해당 시⋅군의 성평등 전문관들에게 직접 현장의 상황을 들어보았습니다. 성평등 전문관은 일반임기제 6급에 해당하는 공무원으로 성주류화 정책을 담당합니다. 대체로 여성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에 1인으로 소속되어서 활동한다고 하는데요, 직업관료들이 체화하기 어려운 젠더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의견과 조언을 내는 역할을 합니다.

💡  반페미니즘 민원의 증가가 일선 행정 관료에게 미치는 영향

반페미니즘의 민원이 증가한다는 건 민원을 상대해야하는 행정 관료들에게 커지는 부담을 의미합니다. ‘친절한 응대’의 의무를 지고 있는 일선의 공무원들은 안전한 직무수행을 위해서 반페미니즘적 세력과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나아가서는 그들의 편에 서게 됩니다. 한 여성 주무관은 “굳이 여성정책과라고 해서 반감을 사야 할 상황이 오는 게 힘든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 민원 업무가 마치 시민을 고객으로 대우하고 서비스하는 상황으로 여겨지면서 반페미니즘 세력의 민원 활동은 관료들을 위축시키고 순응하도록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관료들이 일정 수준 반페미니즘 세력의 주장을 흡수하고, 여성정책에 대한 감정적 거부감을 키우게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기도 했어요.

💡 여성정책 추진을 막는 제도적 공격들

여성정책을 맡은 부서는 성과주의 행정체계 안에서 사업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고, 다른 정책들에 비해 그 중요도도 낮은 업무를 맡은 부서로 취급되며 조직 내에서 주변적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젠더 적대가 강화된 현실 속에서 여성정책에 대한 반감은 제도적인 공격들로 가시화되기도 했어요. 업무 진행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공식적인 회의 참여를 배제하기도 했으며, 필요한 결재를 회피하거나 거부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존에 여성단체를 지원하던 사업들이 반페미니즘의 민원을 이유로 중단되기까지 했습니다. 여성정책의 후퇴를 야기하는 사이클이 조직 내-외를 거쳐 형성되고 있는 것이죠.

💡 흔들리는 여성정책의 규범적 목표

이제는 ‘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여성정책에 대한 관료 저항은 여성정책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데까지 나아갑니다. 성별 이분법에 근거한 ‘양성평등’이라는 반페미니즘적 인식 체계에 기반해서 “왜 여성정책만 있어? 양성 평등하게 남성정책도 있어야지.”라는 논리가 등장하죠. 이는 여성정책을 시정의 대상으로 만드는 동시에 정책 관심을 남성으로 다시금 이동시킵니다. 정책에서의 남성 중심성을 복원하는 담론적 역행을 의미하죠. 관료제 행정 내부에서 여성정책에 대한 규범적 해석의 수정이 나타나면서, 여성정책을 단지 자원을 ‘반반’으로 배분하고 혜택을 제공하는 행정서비스의 기준에 맞춰 재설정하고자 하는 담론을 실제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저자는 여성정책의 집행 규범에 대해 다시 정치적으로 사고할 것을 요구합니다. 여성과 남성 개인에 대한 분배의 공정성 차원이 아니라 지배와 억압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집단으로서 여성을 사고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요.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관료들에 대한 성인지 교육의 강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젠더 적대와 정책 저항을 교육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야만 인식론적이고 규범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았어요. 또한 의원과 고위직, 일선 행정관료들에 대한 맞춤형 교육으로 접근할 필요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 반페미니즘 세력은 지금도 여전히 시민 참여 제도를 통해 정치적/정책적 활동 수준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일반행정 중재와 조절의 원리에 의해서 이들 활동에 따른 여성정책 후퇴를 방어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공공정책으로서 여성정책이 가진 페미니스트 전략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활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관료 조직 내에서는 성평등 전문관을 포함해 페미니즘 의식을 가진 여성 중간 관리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어요.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여성단체와 운동 그룹이 여성정책의 후퇴를 감시하는 등 개입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