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워! 짜릿해! 잘생긴 게 최고야!

우리 모두 외모지상주의는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이해하고 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에서 많은 경우, 사람의 외모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주죠.

우리의 직장도 역시 예외는 아니에요. 한 취업 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80% 정도가 지원하고 싶은 채용 공고 자체에 노골적으로 ‘용모가 단정하거나 호감가는 외모’를 원한다고 적혀있는 것을 본 사람들도 있다고 해요. 그리고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응답자들이 외모 때문에 구직활동 중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어요. 이들의 차별 경험은 자신의 능력보다 외모로 먼저 평가받은 경험, 외모에 대한 노골적인 비하를 당한 경험 등 다양했고요. 이런 차별을 경험했을 때 과반에 해당하는 71%의 응답자는 그냥 참았다고 해요. 그 자리에서 강력하게 항의한 사람은 4%도 안 되고요(데이터솜 데이터뉴스. 2020.06.12.). 차별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을’ 입장인 구직자 응답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었던 모양이에요. 이번 폴리버리 레터에서는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외모 평가 중 ‘미적 노동(Aesthetic labor)’에 대해 알아보고자 해요.

미적 노동(Aesthetic labor): 외모를 가꾸는 것도 ‘업무’야!

어떤 직군에서는 근로자들이 ‘외모를 가꿀 것’을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해요. 외모에 대한 요구와 평가가 수면 아래에서 암암리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수면 위로 떠올라 있는 것이죠. ‘미적 노동’은 이 대표적인 사례예요. 미적 노동의 영문 표현은 “Aesthetic Labor”인데, 이때의 “Aesthetic”은 우리가 일상에서 종종 접하는 표현이예요. 바로 피부관리를 할 때 ‘에스테틱 받는다’라는 표현을 종종 쓰곤 하죠. 피부 관리실의 상호에도 ‘에스테틱’이라는 표현이 자주 들어가고요. 미적 노동은 이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외적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형태로 발생하는 노동이예요. 회사나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에게 특정한 신체적 외양을 갖출 것을 강조하는 것이죠.

아무래도 이런 미적 노동에 대한 요구는 제조업과 같은 직군보다 서비스업과 같은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는 직군에서 일어나요. 고객을 만나는 시간은 짧아요. 화장품 판매업을 예로 들어보죠.  처음 고객이 가게에 들어왔을 때 반갑게 인사하는 시간 몇 초, 그리고 고객의 쇼핑을 돕고 상품을 사도록 권유하는 시간 몇 분, 그리고 계산하고 인사하기까지 또 몇 분. 이 짧은 시간동안 만나며, 직원은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하고, 최소한 직원과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주면 안 되는 것이죠. 시각으로 판단되는 외모는 고객에게 가장 먼저 인식되는 직원과 회사의 이미지예요. 회사 및 고용주는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더욱 미적 노동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인간 00(브랜드 이름)’이라는 표현을 많이 들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보통 패션 브랜드 모델이나 뮤즈, 엠버서더인 연예인이 그 브랜드의 이미지와 잘 어울릴 때, 이런 표현을 쓰죠. 그런데 미적 노동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노동자들 역시 이것과 비슷해요. 그들의 외양은 자신들의 직장의 이미지를 체화하고, 재현한 것이죠. 직장에서 근무할 때, 근로자들은 ‘직장의 얼굴’이라는 가면을 써요.

그냥 예쁘고 잘생긴 것만으로는 안 돼!

그렇다면 각 회사들은 노동자들에게 어떤 외모를 요구하나요? 단순히 예쁘고 잘생겨서는 그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어요. 노동자들은 ‘회사의 입맛’에 맞는 외양을 갖추어야 해요. 이 외양에는 단순히 얼굴을 넘어선 신체, 그리고 외적으로 드러나는 태도까지 모두 포함돼요.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갖출 것’, ‘유니폼/정장/단정한 자유복 착용’, ‘복장을 청결하게 유지할 것’, ‘염색 금지’, ‘손톱은 항상 짧게 깎고 단정하게 할 것’, ‘네일아트 금지(스킨톤이나 투명만 가능)’, ‘귀걸이는 치렁치렁한 것이 아닌 귓불에 붙는 제품만 가능’, ‘안경 금지’ 등 이런 모든 규정은 미적 노동에 해당되는 것이에요. 단순한 생득적 아름다움이 아닌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부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이러한 미적 노동에 대한 요구는 처음 노동자들을 채용할 때부터 시작돼요. 고용주는 처음 노동자를 채용할 때부터 회사의 취향에 맞는 외양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고자 하고, 선발한 이후에는 더 적극적으로 회사가 원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갖추기를 요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요. 노동자들은 회사가 원하는 스타일의 외양과 복장을 갖추고 업무를 수행하죠. 이러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비단 노동자들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들의 마음, 즉 가치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해요. 직장 외에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미적 노동 업무를 수행하며(다이어트, 손톱 손질 등), 처음에는 외모 관리에 별 관심이 없었다가 외모 관리를 중시하게 되는 것이 대표적이죠.

이때 노동자들의 외양 및 몸가짐은 이성애적 관계 중심의 미의 기준을 적용한 것이예요. 이것은 통상적으로 이성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기준이라는 뜻으로, 즉 남성 근로자는 여성 손님들에게, 여성 근로자는 남성 손님들에게 매력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하지만 이것이 ‘성적 매력’, 즉 ‘섹시함’을 강조하는 형태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성적 대상화의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미적 노동은 오히려 고객에게 흥분과 성적인 긴장감보다는 신뢰를 주기 위한 형태로, 고객들의 보편적 규범에 어긋나지 않는 형태로 발생하죠. 더불어, 업무를 수행할 때 지장이 없어야 하기에, 오히려 이런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형태는 부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 역시 얼마든지 있어요.

직장 동료 A: 요녀석, 미적 노동을 잘 수행하고 있나?

미적 노동은 본디 회사나 고용주와 같은 직급이 높은 사람이 그보다 낮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노동이예요. 전형적인 탑다운(Top-down) 방식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직장에서 형성되는 동료관계,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나가는 문화 역시 미적 노동을 지지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 직장생활을 하며 동료들 사이에 서로를 평가하며, 계속 경계하고, 견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죠.

💡 동료들의 피드백?

💡 반응: “어쩔티비” vs “헉ㅠㅠㅠ”

과거 한국에 두발규정이 있던 시절,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머리 길이를 cm 단위로 제한했고(ex. 남성: 뒷머리 1cm 이내, 여성: 귀밑 3cm 이내), 복장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이런 규정은 어느 정도 명확한 판단 기준이 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미적 노동의 경우, 많은 경우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요. 근무할 때 입는 유니폼이 있다면 복장 면에서는 어느 정도 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때도 머리스타일이나 화장 상태 등 남은 모호함이 존재하죠. 그렇기에 미적 노동에 대한 동료들의 상호 피드백은 다소 주관적인 규범에 의거한 것일 수 있어요.

외양에 대한 지적을 받은 근로자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두 가지가 있어요. ‘어쩌라고, 이게 내 스타일이야.’라며 무관심하게 일관할 수도 있고,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할 수 있죠. 하지만 이때 많은 경우 사람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요. 특히 취약하고 권력이 적은 노동자일수록 더욱 이런 동료들의 피드백에 어쩔줄 몰라하죠. 이것은 자신의 직장 내에서의 취약성(승진 실패와 해고의 위험)일 수도 있고, 사회 전반적인 취약성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사회 전반에서 ‘성별’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의 경우가 더 취약한 쪽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이에 따라 남성과 비교할 때 여성의 경우가 자신의 외양을 지적당했을 때 더 큰 두려움을 느낄 수 있고, 남성 자유 복장보다 여성의 자유 복장의 경우가 ‘덜 전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이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항변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지만, 동료의 피드백이 당연히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내가 옷을 이렇게 입은 것은 잘못된 행동이었어.’라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상태로 말이에요.

남녀 모두의 미적 노동, 하지만 여성에게 더 가혹한…

‘미적 노동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미적(美的) 노동? 여성 노동자만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문득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미적 노동은 남녀를 불문하고 요구되는 노동이예요. ‘단정하고 깔끔한 외관을 갖추어 고객에서 신뢰를 줄 것’이라는 규정에서 남녀 모두 자유롭지 못하죠. 그렇지만 이것이 여성에게 더 강하게 요구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예요. 이것은 외모가 여성에게 있어 더 중요한 자본으로 여겨지고, 남성보다 여성의 외모를 더 쉽게 평가하고 비판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이예요.

그렇다면 미적 노동을 충실하게 수행한 여성은 그만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이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려요. 여성의 외모에 대한 투자는 직장에서 채용 및 승진 등에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연구도 있지만, 노동 시장에서 여성이 아름다워서 얻는 이득이 남성이 아름다워서 얻는 이득보다 적다는 연구 결과 역시 있어요. 더불어,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이 여성을 판매식과 같은 회사내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직급이 수행하는 일에는 적합하지만, 관리자와 같은 상위 직책에는 적합하지 않은 존재로 만든다는 주장 역시 있죠. 여성이 최전방에서 미적 노동을 수행하며 일을 할 때, 그로 인해 창출되는 가치의 주요 부분은 회사 소유자/관리자인 남성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죠. 이러한 부분은 성별 불평등을 고착화시킬 여지가 있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듯, 미적 노동은 개인의 외양에 대한 차별, 그리고 성차별을 야기할 수 있고, 회사/고용주 측면과 동료 측면 양 측면에서 강화될 수 있어요. 아무리 업무의 일환이라고 한다지만, 과도한 외양에 대한 강조는 노동자 개인의 측면에서도, 그리고 회사/작업장 전체의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줘요. 더불어, 미적 노동의 지나친 강조는 채용과정과 직업 생활에서 직간접적인 평가 기준으로 작용해, 차별을 야기할 수 있어요. 이러한 차별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 마련될 수 있을까요?

• 먼저 조직 차원에서 겉모습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한 정책, 혹은 회사 내부 규정을 마련할 수 있어요. 이력서에 사진을 부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가장 대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고, 면접 과정에서도 선발 과정의 투명성을 갖추게 촉구하는 것은 이러한 차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어요. 더불어, 미적 노동이 요구되는 업계의 경우, 미적 노동의 기준이 모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동료 간의 과도한 견제와 피드백을 막기 위해 조금 더 명확한 미적 노동 기준을 제시하고, 동료들 간에 서로의 외양에 대한 평가를 자제할 것을 당부할 수 있어요. 이때의 기준이란, 보편적인 가치관 및 회사의 영업방침에 걸맞는 합리적인 기준이어야 할 것이고, 여성과 같이 특정 집단에게만 과도하지 않게, 평등한 방향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예요.

• 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 전반적인 외모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예요. 우리 내면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설령 법과 규정이 있다고 해도 차별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수면 아래에 숨어 더 은밀하게 작용할 위험 또한 있어요.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본심인 것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