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아기들, 보호할 수 있을까?

　올해 7월부터 ‘출산 통보제’와 ‘보호 출산제’가 각각 처음 시행됩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영아 유기, 출생 미신고, 영아 사망 사건이 수차례 보도되면서 영아 유기, 살해가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기 시작했죠. 이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응책이 요구됐습니다.

　원하지 않은 임신,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아기 양육을 포기한 생모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요? (생부의 책임과 양육 포기 결정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잠시만 제쳐두자고요. ) 원칙적으로는 생모가 실명을 밝히는 출생신고를 한 후, 아기를 국가의 보호에 맡길 수 있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양육을 포기한 생모는 모종의 이유로 자신의 실명을 밝히기를 원치 않죠. 이러한 이유에서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고요. 그렇다면 아기 양육을 포기한 산모가 익명을 보호받으며 출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가장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방법은 민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베이비 박스’를 찾아가는 것이에요. 그런데 베이비박스의 설치나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하는 행위는 형법 및 아동복지법 위반죄의 방조에 해당하는 범죄입니다. 경찰청에서는 이와 같은 행위들이 아기를 살리기 위한 행동으로 보기 때문에 수사하지 않을 뿐이죠. 사실상 국가가 베이비박스의 대안을 만들지 않고 불법 행위를 묵인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아기가 베이비 박스에 버려질 경우, 아기의 생명은 겨우 보호할 수 있겠지만 친 부모나 출생 정보를 알 권리 등 아동의 여러 권리가 박탈된다는 점에서도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현실에서는 양육을 포기한 생모가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는 것이 아니라 아기를 살해하거나 위험한 곳에 유기하는 상황이 여럿 발생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해마다 버려지는 아기는 무려 한 해 평균 137명, 영아 살해 사건은 한 해 평균 11건에 이릅니다. 즉, 매달 영아 13명이 버려지고, 1명이 숨지고 있는 것입니다(조은희,2022;경기신문,2022.1.4). 생모가 익명을 보호받으면서 아기를 직접 국가에 맡길 수 있는 선택지가 법적으로 인정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까요?

　이번 폴리버리 레터에서는 영아 유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 보호체계로서의 ‘출산 통보제’와 ‘익명 출산제’를 다룬 논문들을 소개합니다. 관련 논쟁에서 중요한 사항들을 살펴보며 아이가 버려지고 살해되는 끔찍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 지 알아보겠습니다.

영아유기, 어떻게 대응할건데? 

국가가 '양육을 포기할 권리'를 보장한다고?

　입법취지를 이해 하더라도, ‘익명출산을 허용해도 될까?’라는 의문이 남을 수 있어요. 출생통보제에 비해 ‘보호출산제’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팽팽해요. 논쟁은 생모의 양육포기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시작됩니다. 보호출산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생모가 아기 양육을 포기하는 것을 단순히 병리 현상이나 악(惡)으로 보지 않아요. 물론 생모가 아기 양육을 포기하게 되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생모가 태아를 죽이거나, 위험한 곳에 유기하거나 또는 그런 상황에 내몰릴 수 있었음에도 아기의 생명을 보호하는 선택을 한 것은 비난의 대상이 아닌 것이죠. 반면 보호출산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생모는 아기를 직접 양육해야 마땅하다는 전제를 수용합니다. 따라서 생모가 아기 양육을 포기하는 것은 병리적 현상이며,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일이에요. 그럼 학술적으로 논의되는 각각의 견해들을 살펴볼까요?

💡 국가가 양육 포기를 조장할 순 없어!

　보호출산제를 반대하는 견해의 주된 논지는 “보호 출산제가 보호 출산을 조장하고 아기 직접 양육 선택을 예외적인 것으로 취급하여 원가정 보호원칙에 반하며 베이비박스를 제한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박성민,2023;소라미,2021)”는 것이에요. 보호 출산제 도입이 아닌 다른 대안으로 영아 유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요.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할 권리, 즉 낙태 할 권리를 안전하고 충분하게 보장하는 것이 영아 유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박성민,2023;소라미,2022)이라는 주장, 정작 필요한 것은 양육 포기를 돕는 것이 아니라 미혼 가정에 대한 출산 지원, 아기 양육 지원 등 생모가 아기를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라고 보는 견해가 대표적입니다.

💡 아이가 버려지는 현실을 고려한 방안이 필요해

　‘양육을 포기할 권리’에 대한 규범적, 도덕적 논쟁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매년 생모가 아기 양육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요. 베이비박스를 불법으로 둔 채 이러한 현실을 방관하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죠.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이 제정되어야 해요. 학계에서는 이미 비슷한 법안이 시행되고 있는 해외의 사례(미국,독일,프랑스)를 참고하여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베이비박스를 폐지해야 하지만 여전히 필요성이 인정되는 상황이므로, 그 대안으로서 보호출산제를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베이비박스의 기능을 일부 흡수하면서도 임신 여성에게 상담과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녀의 알 권리도 어느정도 실현하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여야 한다는 견해(박성민,2023;신동현,2015)가 대표적이죠. 베이비박스를 금지시키면 다른 곳에 아기를 유기하여 아기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파악하지 못한 채 묻혀 지나가는 아기의 생명, 위기 상황에 놓인 생모의 삶을 고려한 제도가 ‘보호출산제’인 것이죠.　

다른 나라의 '익명출산제도'

• 독일의 '비밀출산법'

• 프랑스의 '익명출산제도'  

　프랑스에서 베이비박스의 역할은 전국에 있는 산부인과가 대신합니다. 익명출산제도가 1793년에 처음 제정되어 오랜 시간 변화를 거쳐왔기 때문이죠. 이 제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익명성을 원하는 생모의 의사를 최대한으로 보장되어 가장 완전한 형태의 비밀출산제도로 평가되고 있어요(박명숙,2023;이지은,2015). 친생모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이죠. 게다가 산모가 익명으로 아동을 출산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면 출산에서 입양까지 모든 비용을 국가가 지원합니다. 친생부모는 아동보호서비스 부서의 심리적, 사회적 지원을 받을 수 있고요. 다만 아동의 알 권리와의 조화를 위해 성년이 된 이후 출생정보에 대한 접근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  미국의 ’Safe Haven Law’  

　미국의 Safe Haven Law는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출산한 친생모가 익명으로 형사상 책임 없이 신생아를 병원, 소방서, 경찰서 등에 합법적으로 유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박명숙,2023;안소영,2018)에요. 독일과 프랑스 제도와의 차이는 친생부모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서비스가 없다는 것인데요. 이 법의 목적은 유기된 영아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아기에 대한 즉각적 보호를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구체적 규정은 주마다 다르지만, 주요한 내용은 영아 유기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면책과 익명성 보장입니다. 다만 아동학대 혹은 방임의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익명성과 면책권은 박탈되죠. 미국에서도 여전히 이 법에 대한 찬반 논쟁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법적 제도를 마련해 아기의 생명 보호와 영아 유기 예방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합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리나라도 올해부터 보호 출산제와 출산 통보제 도입으로 위기에 처한 산모와 태어난 아기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어요. 그러나 법률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구체적인 정책 마련으로 법안이 현실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겠죠. 저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미혼모 혹은 위기여성, 아동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 및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원하지 않는 임신 및 자녀 양육이 불가능할 경우 긴급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에요. ‘사회적으로 고립된 출산’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동반하는 출산’으로 나아가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죠. 영아유기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노력도 중요해요. 공교육 차원에서 성인지적 차원의 실질적인 성교육 및 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있어요. 더불어 저자는 임신, 출산 등과 관련하여 필요한 대상자들이 심리적, 사회적 부담 없이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적극적 교육 및 홍보의 필요성도 강조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