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분들과 그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2024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연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재충전의 기회, 혹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시기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다양한 도전과 과제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특히, 일과 휴식의 균형, 그리고 노동 시간과 관련된 불평등 문제는 연말이라는 특수한 시기에도, 아니 오히려 이럴 때 더욱 선명히 드러나곤 하죠. 오늘 레터에서는 노동 시간과 불평등에 대해 다룬 연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노동 시간, 그냥 나만의 스케줄의 문제가 아니야!

노동 시간은 단순히 개인의 하루 일과나 스케줄을 넘어선,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형성되고, 꾸준히 영향을 받는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결국 이 시간은 사회계층적으로, 그리고 성별적으로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는 것이죠. 워 라벨(work-life balance)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듯, 노동 시간은 개인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로, 개인의 건강, 여가 시간,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 등 삶의 많은 부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고소득자: 회사에서 집에 가지 말래요…

고소득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업무 환경에서 더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다고 여겨져요. 업무 시작 및 종료 시간, 재택 근무, 휴가 사용 등 자신의 근무 조건을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노동 시간만으로 따지면, 전문직, 관리직을 포함한 고소득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저소득 노동자들에 비해 더 긴 노동 시간을 가진다고 합니다. 초과 근무 역시 빈번하고요.

이런 긴 노동 시간은 그들의 자발적 선택의 결과가 아닌 사회적, 구조적 압박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가 많아요. 기본적으로 회사 내에 긴 노동 시간에 대한 압력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노동자들 스스로도 직장 내에서 더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들의 성과 평가, 그리고 그것을 뒤따르는 승진 등에 유리할 것이라고 느껴 이런 선택지로 내몰리는 것이죠. 저자들은 이들이 직장 내에서의 성과 압박 및 경쟁 등으로 인해 정규 노동 시간을 넘어서는 초과 노동을 하도록 내몰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당한 초과근무 수당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한편, 이런 환경 속에서 성별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는데요, 남성 노동자는 임금이 증가할수록 노동 시간이 증가하는 한편, 여성 노동자는 임금이 증가할수록 오히려 노동 시간은 감소한다고 해요. 이것은 여성 노동자의 노동 시간이 가정 내에서 그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인 가사노동 및 육아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고소득 여성 노동자들이 긴 근무 시간을 중시하는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역할 갈등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은 결과적으로 여성의 노동 참여 제한 및 성별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서도 기능할 수 있죠.

💡 휴가가 있기는 한데 없습니다.

저소득자: 더 오래 일하고 싶은데, 오래 일하지 말래요... 

💡 먹고 살기 팍팍한데, 휴가는 사치입니다.

논문에서 저자들은 저소득 노동자의 경우, 휴가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저소득 노동자들은 유급 휴가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설령 제공받더라도 본질적인 경제적 불안정성 때문에 그 휴가를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정말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자리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고, 이것은 그들의 단기적, 장기적으로 모두 그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삶의 질을 해치는 결과를 낳습니다. 특히, 플랫폼 노동이 늘어나고 있는 오늘, 이와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병가나 휴가를 사용할 경우, 이것이 소득 손실로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휴가를 포기하고 일을 지속하게 됩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먼저 긴 노동 시간을 해당 노동자의 노력, 회사에 대한 헌신의 상징 등으로 치부하는 근본적인 조직 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요. 과도한 노동 시간에 대한 압박 없이도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 한국의 경우, 다행히도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고, 비교적 엄격하게 실행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 중에는 이런 법망을 벗어나는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어요. 이런 사각지대 속에서 노동자가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기업들을 꾸준히 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저소득 노동의 경우, 최근 한국사회에서 플랫폼 노동 종사자 비율이 크게 증가하며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할 수 있어요. 현재 플랫폼 노동은 새로 등장한 노동의 형태여서 기존의 노동법 및 다양한 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입니다. 일단 이들을 법망으로 포섭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한 것은 물론, 더욱 안정적인 노동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해당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어요.

• 여성 노동자가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겪는 이중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 역시 필요합니다.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 이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회사 및 고용주에게 눈치가 보여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것이 현실이에요. 이러한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 존재하던 제도도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