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젠더를 더하면?

#민주주의 #정치 #젠더

2025.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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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리버리 레터는?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와 함께 발행합니다. 여성과 일, 그리고 더 나은 노동시장을 위한 고민을 담은 논문들을 달마다 키워드로 묶어 전해드려요.
폴리버리 레터는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월요일 오전 8시에 발송됩니다. 월요일이 다섯 번 있는 달에는 세 번째, 다섯 번째 월요일에 발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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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민주주의 #정치 #젠더

젠더민주주의..? 그게 뭐야?
젠더없는 민주주의, 민주주의 없는 젠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 젠더와 민주주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해! 그런데 이제 '젠더'를 곁들인..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동안의 안좋았던 일들은 훨훨 날리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나요?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은 보내주고, 희망차게 2025년을 맞이하자고요.

그런데 떠나보내지 못한 문제가 있죠. 대한민국의 정치상황, 여전히 어수선합니다. 온 국민을 혼돈에 빠뜨렸던 12월 3일의 후폭풍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어요. 현재 한국의 상황을 ‘민주주의가 위협받았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또 다른 민주주의의 빛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새해 첫 폴리버리 레터는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민주주의’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그 중 하나로 ‘젠더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소개하려고 해요. ‘젠더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한국 사회에서의 논의는 어떻게 전개되어 왔을까요? 또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어떻게 발전해갈 수 있을까요?

젠더민주주의..? 그게 뭐야?

‘젠더 민주주의’, 말 그대로 ‘젠더’와 ‘민주주의’의 합성어입니다. 젠더는 잠시 떼어두고, 먼저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민주주의의 주체라고 하면, 우리는 통상적으로 ‘시민’, ‘국민’ 또는 ‘개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배워왔으니까요.

그럼 민주주의의 주체라고 불리우는 ‘시민, ‘국민’,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나요? 지금이야 당연하게도 성별과 관계없이 일정한 나이가 되면 투표권을 가지지만, ‘민주주의’라는 제도 안에 여성이 들어오게 된 지 150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보면, 민주주의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민주주의의 주체를 마치 성중립적인 ‘시민’, ‘국민’과 같은 존재로 가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성별에 대한 논의가 제외됐고, 여성은 배제되어 있는 이러한 대다수의 민주주의 연구들을 성맹성(gender-blindenss)를 띄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하죠. 1992년 발표한 한 논문에서 영국의 정치철학자 멘더스(Susan Mendus)는 이러한 상황을 “여성들에게 있어 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었고 또 현재에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볼까요? ‘젠더 민주주의’는 쉽게 말해 젠더의 관점에서 민주주의 이론을 살펴보는 시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중립적인 관점으로 자칫 여성을 배제하거나, 소외시킬 수 있는 주류 민주주의 연구들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관점이라고 볼 수 있죠. 물론 ‘젠더’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민주주의’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각 사회의 정치적 맥락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젠더없는 민주주의, 민주주의없는 젠더

정치학 연구에서 젠더 관점을 빼놓는 것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스트 연구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접근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작금의 현실은 젠더없는 민주주의, 민주주의 없는 젠더로 표현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논의들이 있었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젠더 민주주의적 논의는 어떻게 전개되어 왔을까요? 저자는 한국사회에서의 젠더 민주주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 흐름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 왜 정치인은 다 남자야?🤔

가장 빈번한 논의는 여성의 정치적 과소대표성과 관련한 논의입니다. 2024년 총선 기준,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중 여성 당선자는 60명입니다. 전체 국회의원의 20%가 여성인 것이죠.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 총선 역사상 역대 최다입니다. 20년 전인 2004년 총선 당시 39명(13%)이었던 것에 비해 늘긴 했지만, 정치영역에서 여전히 여성은 과소대표되고 있습니다.

젠더 민주주의 논의에서 이러한 여성의 정치적 과소대표성을 민주주의의 위기로 포착합니다.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가 낮거나, 여성 의제가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그 자체로 ‘남성의 얼굴을 한 민주주의’ 또는 ‘여성 없는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논의는 정치에서의 젠더평등 실현을 시급한 과제로 강조합니다. 이는 정치 영역에서의 여성 할당제의 도입이나 여성위원회와 같은 자체 조직의 구성 등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향상을 위한 정책 모색으로 이어지기도 했죠.

그러나 이러한 논의의 흐름은 민주주의를 선거 및 정당 중심의 특정 정치 체제 혹은 제도 내에서의 논의로 한정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 여성 시민의 참여가 필요해

여성 국회의원이 많아지는 것만으로 민주주의의 위기가 해소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보는 논의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선거법 개정과 같은 정치개혁 등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정치형식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죠. 민주주의의 형식보다는 그 권리주체의 실질적인 참여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선 논의와의 큰 차이점은 정치적 대표성 자체보다는 정치적 의제화가 더 중요하다고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사회적 양극화,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 혐오, 국민건강이나 식품안전 같은 생활정치와 연관된 어젠다를 주요 정치적 어젠다로 이끌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형식적으로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실제 정치가 성평등하게 작동하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남성중심적인 정치적 대표체계에 맞서는 경험, 여성 시민이 민주주의에 참여하고 실천하는 ‘직접성’ 또는 ‘광장의 정치’를 강조하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오히려 “뛰어나고 예외적인 여성 엘리트 관료의 등장”이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허구적으로 과장하여 “좀 더 넓은 차원의 정치 제도 및 조직에서 나타나는 젠더 불평등을 오히려 가리거나 왜곡”하는 현실을 현존하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파악합니다. 즉, 여성 정치인을 늘리기 위해 선거제도를 바꾸고 여성 할당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닌 엘리트 여성이 정치권에 많이 진출한다는 것이 곧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여성 집단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고 볼 수 없을 뿐더러, 정치권 내부 및 여타 제도 내에서 발생하는 성차별(ex. 성별 카르텔 혹은 유리천장)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 관점 역시 한계가 존재합니다. 여성을 포함한 다양한 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을 증진시키는 작업 역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핵심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대의민주주의의 형식과 정치적 대표성의 불균형 문제를 도외시하면서 직접민주주의만을 이상화함으로써, 남성 중심의 엘리트민주주의 현실을 지속시킬 우려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 젠더와 민주주의

‘여성 없는 민주주의’, 그동안 한국 민주주의 연구에서 젠더의 문제의식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민주화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민주주의 연구들은 젠더 불평등의 문제를 외면해왔고, 젠더정의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아닌 단지 ‘여성정책’의 문제로 밀려나기도 했습니다.

오늘 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는 다시 한 번 도전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다시 무엇이 민주주의인지, 그것은 어떻게 구성되고 실천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민주주의를 재설정해가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젠더 민주주의 담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두 관점 모두, 어떤 공동체 구성원이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정치적 의사결정에 평등한 주체로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이상을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지금도 누군가는 광장을 빛나게 하고 있습니다. 2030 여성들이 바꿔놓은 지금의 광장의 모습처럼, 공동체의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지평을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