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스포츠에서 남성을 몰아내자(Keeping Men Out of Women’s Sports).” 지난 2월 5일,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의 내용입니다. 이 행정명령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여성 스포츠팀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의 참여는 금지됩니다. 이는 취임 직후부터 ‘미국엔 오직 두 개의 성(sex)만 존재한다’고 말하며 강행된 트랜스젠더 지우기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조치예요. 트럼프 행정부는 줄곧 ‘가짜 여성(트랜스젠더 여성)’으로부터 진짜 여성(시스젠더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이 논리에 따르면 여성의 가장 큰 적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트랜스젠더 여성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맞는 말일까요?

오늘 폴리버리레터는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트랜스젠더 여성과 여성 스포츠, 이를 넘어 여성 전반의 권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해요.

사진 출처: CNN, 2025.2.5., "Trump takes action to ban transgender women from women's sports."

여성과 남성은 '생물학적'으로 다르다는 담론과 스포츠

19-20세기 스포츠 인사들은 여성이 경쟁 스포츠에 참여하기에는 너무 연약하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이는 여성과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다르다는 가부장적인 담론에 기초한 것이죠. 물론 우리가 알다시피 시간이 지나며 여성도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결국 여성 스포츠는 남성과 분리된 채 완전히 별개의 리그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

‘공정’한 경기라는 미명 아래,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와 FIFA(국제축구연맹) 등 국제 스포츠계는 성별 감정 테스트를 도입하기도 하며 강력한 성별 분리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요. 성별 감정 테스트는 흔히 ‘남성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테스토스테론 수치 10 nmol/L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테스토스테론이 운동 수행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은 매우 자의적이기도 하거니와 근거 없는 믿음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현재까지도 성별이 의심되는 경우 젠더 테스트를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이 남아있는데요. 이는 ‘충분히 여성스러워’ 보이지 않는 선수들의 사생활 및 인권을 침해할 요소가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됩니다. 성별 감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선수 자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성의 경우 신체와 정신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의료적 개입을 허용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해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란 우간다 육상 선수 아네트 네게사의 경우가 가장 극명한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아네트는 성 발달 이상(DSD; difference in sex development) 때문에 고환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시합에 출전하기 위해 협회로부터 고환 제거 수술을 강요당했고, 의료적 관리 부실로 인해 커리어를 끝낼 수밖에 없었죠.

트랜스젠더 여성은 '가짜 여성'이라는 주장의 폭력성

페미니스트들은 스포츠에서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젠더 이분법을 오래도록 비판해 왔어요. 특히 저자는 트랜스젠더 배제와 성차별은 공생 관계에 있다고 말해요. 트랜스젠더 여성을 여성 대회에 참가해서 메달을 쉽게 따려는 악인으로 묘사하는 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을 재생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시스젠더(cisgender; 지정 성별과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여성들조차 여성 스포츠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을 배제하는 정책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위 사진 속 트럼프를 호의적인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자 아이들처럼요.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트랜스 배제 정책이 (시스젠더) 여성을 ‘가짜 여성(트랜스젠더 여성)’의 위협에서 구해줄 유일한 길이라는 왜곡된 믿음을 심고 있기 때문인데요. 해당 행정명령을 면밀히 살펴볼까요? 트랜스젠더 여성을 ‘주류 젠더’인 남성이라고 말함으로써, 이들이 ‘소수자’인 시스젠더 여성, 진짜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리인데요. 이를 통해 트랜스젠더 여성은 사기꾼이 되고, 여성의 가장 강력한 위협이자 적이 됩니다. 트랜스젠더 배제가 곧 여성 권리 수호라는 캠페인이 여성들의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자극하는 보수적이고 차별적인 정치의 일환이라는 것을 보여주죠.

트랜스젠더 지우기가 제도적으로 정당화되는 과정 속에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심각한 위험에 처하곤 합니다. 실제로 유명 정치인이나 여성 선수가 트랜스젠더 선수 배제를 지지하는 주장을 SNS에 포스팅하면, 트랜스젠더 선수들은 직접적으로 사이버 불링이나 살해 위협을 받기도 하니까요.

'같은' 조건의 여성이기 때문에 지지한다는 주장의 한계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스포츠 참여를 지지하는 몇몇 사람들은 트랜스젠더 여성이 시스젠더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적 이점’이 없는 신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운동 수행 능력을 결정짓는다고 (잘못) 알려진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여성과 같은 수준이라는 데에서 여성 스포츠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그러나 저자는 위와 같은 주장이 테스토스테론 수치 그 자체에 집중하여 성별 감정 테스트 관련 규정을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나치게 남성적’인 여자 선수를 제외하거나 여성의 경쟁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정당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일례로 IOC가 2015년에 발표한 트랜스젠더 정책을 생각해보죠. IOC는 인터섹스 및 DSD 여성 선수에게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의학적 조치를 제안하는 규정을 만들었는데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자 800m 달리기 금메달리스트인 캐스터 세메냐 선수는 테스토스테론 억제 요법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수 생활을 은퇴해야만 했습니다.

즉, 트랜스젠더 여성이 시스젠더 여성과 단순히 ‘같다’라는 논리로는 기존의 이분법적 젠더 구분을 넘어서지 못하고, 페미니즘이 타파하고자 하는 억압 체제를 오히려 유지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입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