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업은 남성만의 영역일까?
• 한국에서 여성이 건설기능직에 종사하기에 어려운 이유

육체적 차이 때문?

그렇다면 건설업에 여성의 참여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건설기능직이 남성지배적인 일자리로 남아있는 이유로 종종 육체적 특성 차이가 언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건설기능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높은 직업 만족도와 직업 유지율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여성 건설기능인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육체적 근력이 요구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성취감 또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선행연구는 건설기능직에 종사하는 여성노동자들은 일을 배우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남성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일에 대한 성취 욕구 역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경우 1978년 여성의 건설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 조치를 시행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한 학자는 그 이유로 건설 현장에서 여성노동자만이 직면하는 성희롱과 교육훈련과정에서의 배제 등 다양한 성차별적 관행과 사회적 편견이 주요 요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도적 작업

한편, 건설기능직의 진입 단계에서부터 여성의 참여가 어렵다고 설명하는 이론도 있습니다. 바로 제도적 작업(institutional work) 입니다. 제도적 작업이란 제도(또는 관행이나 문화 등)를 유지하기 위한 ‘개인과 조직의 목적 지향적 행위’를 말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행위자가 특정 분야의 공식 ・비공식적인 제도나 그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변화를 저지하는 작업을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즉, 주로 남성들이 종사하는 건설기능직이라는 노동시장에 여성노동자가 진입하려고 할 때, 이것을 제한하는 행위자가 존재한 것인데요.

그렇다면 한국에서 여성이 건설기능직에 종사하기에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소개해 드릴 연구는 한국에서 여성이 건설기능직 일자리에 참여하는 것이 왜 어려운지에 여성 건설기능인과의 면접조사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 채용과 관련한 주요 행위자들
  건설노동시장은 무구조(structureless) 노동시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건설업 내부노동시장이 다른 일반 기업처럼 체계적으로 진입경로나 숙련 형성 그리고 승진 및 경력개발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채용을 하는 과정에서 작업반장과 노동조합은 중요한 역할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건설근로자공제회(2018)에 따르면 구직자가 최초로 전설업에서 직업을 구하는 경로의 76.3%가 작업반장(또는 인맥을 통한 소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참여자들 또한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맥(남성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구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작업반장이 채용 과정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여성들이 독자적인 힘으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구조인지를 보여줍니다.
  
  연구참여자들은 건설업에 진입하려고 했을 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되는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한 연구참여자는 타워크레인 면허를 획득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아무도 자신을 연습시켜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 참여자가 일을 할 수 있게 된 계기도 기술학원의 남자 동기생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는 ‘건설업으로 이끄는 남성들’의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물론 남성의 도움 없이도 일자리를 찾은 여성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참여자의 경우 건설기능직으로 직업을 바꾸기 전 버스 운전을 오랫동안 했으며 이미 건설업 중장비 분야(포크레인, 지게차, 타워크레인) 자격증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 사례는 여성이 남성의 도움 없이 건설업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남성보다 더 우월한 자격증이나 경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명시적 저지
  한편, 노동조합은 여성들에게 일자리 접근성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한 연구참여자의 경우 작업반장이 여자라서 채용하지 않겠다고 거부했으나 노조의 권고로 채용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채용에 명시적인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여성들의 진입을 일정 정도 통제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한 연구참여자에 따르면 35세 이상의 여성만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내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는 젊은 여성노동자가 나이 든 남성노동자와 함께 흡연을 하는 것이 풍기 문란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젊은 여성노동자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연령 제한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젊은 여성노동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그동안 현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성희롱’과 이에 대한 고발사건도 관련이 있었습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로 현장을 시끄럽게 만든다는 것이 이유인 것이죠. 결국 남성노동자들이 절대 다수인 건설업에서 남녀 간 성적인 문제로 이해관계가 대립될 때 노동조합은 특정 집단의 여성을 배제함으로써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