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리버리 레터는? 

“일-가정 양립”은 원래부터 불가능한 걸까요?

최근 한 연구에서 인용된 남성 육아휴직자의 말을 살펴볼까요.

“우리나라에서 승진하려면 회사에 많이 붙어 있고, 많이 일하고, 성과도 좋아야 되고.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잖아요. 저는 제 삶에서 가족을 더 중심적으로 놓았기 때문에 이쪽에는 아예 처음부터 크게 기대를 안 하는 거죠.”

이 말의 밑바탕에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직장과 가정에서 동시에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2021년 상반기에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의 60% 이상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는 점도 ‘일-가정 양립’이 그만큼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죠.

하지만 다른 나라들에 눈을 돌려 보면, 모든 곳에서 상황이 이렇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 나라 안에서 문화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바람직한 노동자상과 어머니상과 함께 그 나라의 정책에 따라 ‘일-가정 양립’의 실현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아래에서 소개할 한 연구는 스웨덴,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에서 아이가 있는 여성들이 각기 일-가정 갈등(work-family conflict)를 어떻게 경험하며, 문화와 정책이 이와 어떤 관련을 갖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연구자는 각 국가의 수도에 거주하는 중산층 여성 총 109명을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네 나라의 여성들은 일-가정 갈등을 인식하는 정도, 갈등의 원인에 대한 판단, 그리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취하는 방법이 각기 달랐어요.

• 이렇게 네 국가에서 아이가 있는 여성들이 어떻게 일-가족 갈등을 경험하고, 그 원인을 이해하며, 이에 대응하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 각 국가의 여성들이 일-가정 갈등에 대해 서로 다른 원인과 해결 방법을 지목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여성들이 자신의 삶에서 일과 돌봄에 관해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그들이 속한 문화와 정책의 맥락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달리 말해, 한 국가의 문화와 정책은 여성들이 그들의 삶의 가능성에 대해 상상해볼 수 있는 범위를 결정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 또한, 저자는 같은 일-가족 양립 정책일지라도 성평등한 돌봄과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문화적 지지가 높은 맥락에서 더 잘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스웨덴의 사례에서만 여성과 남성이 거의 동등하게 일을 하고 자녀를 돌보는 게 가능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일과 가족, 젠더를 둘러싼 문화적 믿음들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