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성 주류화’라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성주류화란 여성이 사회 모든 주류 영역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권을 갖는 형태로 사회 시스템 운영 전반이 전환되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 정부는 2002년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에 따라 성 주류화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성별영향평가와 성인지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고, 2018년 개정된 ‘양성평등기본법’에서는 성인지 교육의 대상자가 전체 소속 공무원으로 확대되기도 했습니다. 

성 주류화가 이행되기 위해서는 정책 행위자인 공무원의 성평등 의식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공무원 개인이 내재화하고 있는 성별화된 규범 및 전제들이 다르기 때문에 성 주류화 과정에서 저항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 선행연구는 한국의 젠더 정책은 높은 제도화 수준에도 불구하고 정책 행위자들의 성인지 의식과 젠더 거버넌스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청년공무원의 성평등 인식

그렇다면 공직에 새로 진입한 청년 공무원들은 성 주류화 정책 행위자로 어떤 성평등 인식을 갖고 있을까요? 이번에 소개해 드릴 연구는 청년 공무원이 조직에서 경험하고 있는 차별은 무엇인지, 성평등에 대한 인식 그리고 성평등 교육에 대한 경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참여자: 청년세대 공무원으로,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근무 경험 3년 미만의 중앙부처 5급 사무관. 여성 6명, 남성 4명.

• 좋은 사회를 만드는 공직
  연구참여자들은 공직을 선택한 이유로 “공익”을 가장 많이 언급했습니다. 이들은 5급 국가직 공무원은 자신이 직접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권한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파급력”이 있는 자리라는 점 또한 중요 요소로 꼽았는데요. 즉, 연구참여자들 모두 5급 공채 국가직 공무원 자리가 단순히 안정적인 직장의 의미를 넘어서 법과 제도를 통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는 자리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 성 주류화 전략에 대한 기대와 달리 오늘날 정책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성 주류화 전략이 새로운 성평등 정책으로 자리 잡으려면 무엇보다 정책 행위자인 공무원의 역할과 역량이 중요하다고 본 연구는 강조합니다.

• 첫 번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성 세대 공무원과 다른 성평등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었던 청년 세대 공무원은 기성 세대 공무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이것이 성인지 교육의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청년 세대가 갖는 특수성과 이들의 경험을 고려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 불균등한 성비구조
  연구참여자들은 공통적으로 중앙부처 고위공무원단에 여성들의 숫자가 적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현직에 있는 고위 여성공무원들은 일정한 직급 위로 올라가기 어렵고, 보이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한 연구참여자는 승진심사도 남성이 하고, 여성들끼리 롤모델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네트워크 형성이 남성들 중심인 것도 문제로 지적되었는데요. 이렇다보니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여성은 직장사회에서 고립될 가능성 또한 엿보였습니다.
  
  
• 신분의 불안정성
  우리나라 중앙정부 고위공무원단 운영 제도의 특성상 정년보장의 개념은 희박해지고, 임기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남녀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고위직에서 남녀의 신분적 안정성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앙부처 고위직에는 개방형 직위와 같이 계약이나 성과연봉의 신분형태가 많습니다. 한 연구참여자는 일부가 재계약을 하지만 이것은 거의 남성들의 몫이고 여성들은 자연히 다른 자리를 알아보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내부승진보다는 외부인사로 여성이 영입이라도 되면 상황은 더 어렵다고 합니다. 즉, 여성의 낙하산 이미지나 잦은 발탁인사, 짧은 임기와 단발성 보직, 전문성이나 경력에 상관없는 업무의 할당, 단기적인 업무 성과 창출의 어려움, 고위직에 따른 책임 증가가 고위공무원단에서 여성들의 신분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직장과 가정의 균형
  중앙부처 3급 이상의 고위공무원단에 들어가는 시기는 대략 50세 전후의 나이로, 생애주기적으로 봤을 때 가사와 양육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시기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고위직이 되기 이전인 30대와 40대 시기에 여성들은 가사와 양육에 대한 상당한 부담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여성공무원의 일과 삶 사이에 만족감은 고위직으로 갈수록 저하될 가능성이 커져서, 결국 여성이 자발적으로 사직이나 퇴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한 연구참여자는 ‘버티면 언젠가 승진하는데, 사표를 냅니다’라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자주 선택을 해야하는 어려움을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 조직환경과 고정관념으로 강화되는 유리절벽
  고위직 여성으로 인해서 조직환경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 경우 기존 공직문화나 관행은 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현재의 안정감을 흔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조직은 고위직 여성의 활동에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연구참여자의 경우, 중요한 현안해결이나 대외적 업무는 아무래도 남자가 해야한다, 남녀가 같이 출장 가기 불편하다 등의 언행을 자주 들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특히, 이 연구참여자의 경우 남성들만 있는 자리에서 모두가 불편해 하는 기색을 보여 자리를 먼저 떠난 적이 있다고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전반적인 조직의 관행과 편견, 여러 고정관념들은 고위직 여성을 불리한 입장과 선택에 몰아넣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