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여성, 비난받거나 조롱당하거나 

인정받지도 위로받지도 못 하는 솔로 여성들의 고민

연구자는 가임기에 속하는 솔로(solo) 여성들 18명을 생애과정(연령)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눠서 그들이 직업, 관계, 출산 등을 어떤 내러티브로 소화하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관련 주제로 17명의 솔로 남성들에게도 동일한 인터뷰를 했는데, 남성들 간의 내러티브 차이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반면 여성들은 생애과정에 따라 눈에 띄는 차이가 있었다고 해요. 자, 그럼 우리가 놓쳐왔던 진짜 이야기들을 들어볼까요?

초기 가임 연령(24-30세) 그룹: 이상적 노동자로 살아가기. 엄마되기는 아직 먼 얘기

이 그룹의 솔로 여성들은 선택-경쟁의 논리를 따르며 야망과 성취, 독립성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기보다는 일에 집중할 시기라는 생각을 표하기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하고, 관계를 키워가는 것은 후순위에 밀어두고, 자신의 신체를 임신, 출산이 아닌 성적 자유와 연결시키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도 개인적 선택일뿐이라고 보고 있었는데요, 이는 가정 내 돌봄/가사 노동 비중이 높은 기혼 여성 노동자들이 긴 노동시간을 감당할 수 없어 겪게되는 조직내 불평등을 인식하지 못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이 연령의 솔로 여성들에게 엄마되기는 아직 먼 얘기였어요. 그들은 현재 자신의 조건들을 최대한 활용해 직업적 성취와 경제적 안정(주택 구매)을 이루는 데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가임 피크(peak) 연령(31-35세) 그룹: 엄마가 되야하나? 그럼 커리어는? 모르겠어… 

가임 피크 연령대의 직업 여성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된 정서는 'I don’t know’의 감각이었습니다. 이들은 사회로부터 ‘이제 누군가의 부인이 되고, 엄마가 되기에 좋은 시점’이라는 규범적 시그널을 받고 있었어요. 스스로도 초기 가임 연령대와 달리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들에게 엄마가 되는 것은 균형을 찾는 거라기보다는 고통스러운 타협을 선택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출산할 수 있는 몸을 지닌 여성의 몸을 타고난 이들의 고민은 그들의 남성 동료들이 아빠 되기를 선택하는 것과 같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적으로 출산에 적절한 연령대에 속했다고 해서 모두가 그 시기에 괜찮은 남성 파트너를 만나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고민은 이중, 삼중으로 덧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사회 구조적 한계와 젠더 불평등을 인식하게 되었다고해서 그런 문제 해결을 위해 집합적 실천으로 나아가는 경우는 흔치 않았어요. 그보다는 개인적인 딜레마나 또하나의 불가능한 프로젝트로 받아들이며 개인적 차원의 해결책(좋은 아빠가 될 남성 파트너 만나기, 보모 구하기 등)을 강구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늦은 가임 연령(36-44세) 그룹: 실패의 감각과 무력함 속에서 대안 찾기는 쉽지 않아

늦은 가임 연령 그룹은 ‘균형잡힌 엄마되기’의 이상으로부터 멀어져버린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대부분 조직 내 시니어로 근무하고 있었지만 직업 만족도는 높지 않았어요. 계속되는 장시간 노동을 개인의 선택이나 승진에 필수적인 것이 아닌 피할 수는 없지만 문제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있었죠. 그러나 이들은 그런 상황에 놓인 것에 대해 조직의 시스템이나 문화를 탓하기보다 자신의 지난 선택들을 탓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놀랍게도 이들 중 누구도 아이갖기를 원치 않는다는 사람은 없었어요. 다만 가임 시기가 지나가고 있기도 했고, 좋은 남성 파트너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하며 대안 없는 미래에 무력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그들은 조직에 헌신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노동자였지만, 이들 스스로는 무력감을 느끼며 직업 만족도와 동기를 잃어가고 있단 것을 감안하면 그 또한 의문시될 필요가 있어보였습니다.

📌그럼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 미국의 다른 연구에 따르면 중년 여성의 20% 정도가 출산을 하지 않았는데, 이들 중 비출산이 자발적 선택이었던 비중은 10%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즉, 우리 사회가 여태까지 아이를 낳지 않은(또는 못한) 여성들 대부분이 비혼 및 비출산주의자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실제가 아니었던 것이죠. 그보다는 연구에서 나타났듯이 출산 적령기가 커리어 발전 단계와 겹치면서 고통스러운 타협 과정을 홀로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되고, 그 과정에서 가임 적령기를 지나거나 적절한 파트너를 만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기업과 정부가 가족친화적 조직문화를 위한 제도 및 문화를 기혼자 관점에서 수립하고 있는 현재의 한계에서 벗어나, 비혼자를 포함하여 생애 과정별로 다층적인 관점에서 재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 연구자는 솔로 여성들이 포스트페미니즘이 강조하는 능력주의, 개인의 선택과 자유 등의 이데올로기에 매여서 개인적 대응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여성들 스스로 엄마되기의 선택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구조적 한계와 성별에 따른 불평등에 대해 집합적 차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 또한 ‘균형잡힌 엄마되기’ 외에 가능한 대안적 모델들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1인 가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서 이는 비단 일하는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고민은 아니죠. 기존 규범에 따라서는 결혼과 양육을 할 시기를 이미 지나친 노동자들에게 일-가정 균형이 아닌 일-삶의 균형을 모색할 수 있는 다양한 삶-노동의 모델들이 등장해야할 때입니다. 그래야만 이들이 실패나 무력함의 감각이 아닌 새로운 동기와 만족을 찾으며 일하고 살아갈 수 있을테니까요. 이는 개인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는 조직의 인력 관리의 문제이자 우리 사회의 웰빙을 고민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