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정규직_이직 #인터뷰기회

• 정규직 채용 시 비정규 노동 경력의 영향

• 인터뷰 좀  하게 해주세요
• 또 등장한 '이상적 노동자' 규범

비정규 노동 혹은 하향취업 노동을 했던 지원자들이 얼마나 인터뷰 기회를 받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저자는 실험을 설계합니다. 이 실험은 구직 사이트에 가짜 이력서를 올려 어떤 조건이 가장 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실험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되었는데요, 첫째는 노동 이력이고 둘째는 성별입니다. 모든 이력서에는 가장 최근 12달 동안 ‘정규직, 파트타임, 임시직, 하향취업, 실업’ 중 어떤 상태였는지를 기재하여 어떤 조건이 1차 합격을 더 많이 받게 하는지를 검증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관찰하기 위해 같은 조건의 이력서를 여성 이름과 남성 이름으로 나누어 구직 사이트에 업로드하였죠.

재밌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이력서에 정규직이 적힌 경우 성별을 막론하고 10.4%의 콜백(call back: 서류 합격 후 인터뷰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남성 지원자의 경우 파트타임이나 하향취업 이력이 있으면 인터뷰 가능성이 4.8%로 급격히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는데요. 이는 지난 1년 동안 미취업 상태였던 지원자가 인터뷰 요청을 받을 가능성 (4.2%)과 다르지 않은 수치입니다. 즉, 남성에 대해서는 파트타임과 하향취업이 실업에 비견될 만큼 좋지 않은 시그널을 준다는 것이죠.

놀라운 점은 여성의 이름이 적힌 이력서에서는 다른 패턴이 보였다는 겁니다. 여성 지원자의 경우, 파트타임, 임시직, 실업 이력은 놀랍게도 정규직 이력을 가진 지원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터뷰 요청을 받았어요. 여기서 여성이 파트타임 및 임시직의 페널티가 크지 않은 이유는 갑자기 채용시장에서 젠더 불평등이 사라졌기 때문은 아니고요. 남성과 다르게 이러한 고용형태가 여성들 사이에서는 자주 찾아볼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파트타임 일자리는 ‘엄마 트랙 (mommy track)’이라고 불릴 만큼 여성 집중적인 일자리죠. 다만 하향취업 이력이 있는 여성 지원자의 이력서는 매우 낮은 콜백률을 보였습니다.

💡 ‘예? 제가 능력도 없고 직장에 헌신하지 못할 것 같다고요?’

이제 중요한 것은 ‘왜’라는 질문이겠네요. 정말로 이상하지 않나요? 실업 상태였던 것이야 백 번 양보해서 연속적인 경력이 없으니 정규직 취업의 문턱이 높은 것을 이해하겠지만, 왜 파트타임이나 임시직, 혹은 하향취업 이력을 가진 사람들까지 1차 합격에 어려움을 겪는 걸까요? 게다가 성별에 따라서도 결과가 다른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복잡한 결과를 다루기 위해 저자는 채용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이력서에서 드러나는 지원자의 능력과 헌신을 점수로 평가하도록 했어요. 이를 통해 비정규 노동 이력을 가진 지원자들이 ‘능력이 부족해 보여서’ 서류 탈락을 했는지, 혹은 ‘열정이 없어 보여서’ 서류 탈락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여기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눈에 띄는데요. 파트타임 경력을 가졌던 남성 지원자가 1차 서류 합격을 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채용 담당자들이 이들을 충분히 헌신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어요. 한편 지원자의 능력에 대한 채용 담당자들의 평가는 설명력이 없었죠. 즉, 채용 담당자들은 남성이 파트타임 경력을 가졌을 때, 정규직 경력을 가진 지원자에 비해 능력이 특별히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으나 열정은 부족할 것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하향취업 이력이 있는 여성 지원자는 왜 서류 합격이 어려웠을까요? 놀랍게도 채용 담당자들이 이들을 합격시키기에는 지원한 일자리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때 하향취업을 했던 남성 지원자에게도 비슷한 평가가 적용되지만, 여성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수준이었으며 열정이 적어 보인다는 이유도 추가된다는 점이 특기할 만합니다. 즉, 남성에게는 가장으로서 정규직 일자리에 헌신하며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상적 노동자’성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이죠. 반면 여성에 대해서는 능력에 대한 의심이 선행한다는 것이고요.

📌 그럼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