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직종분리가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이 된다?

혹시 2023년 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벤츠 사가 만들었던 “Be One of Many”라는 광고를 본 적이 있나요? 광고에서는 여성 과학자, 우주인, 운동선수, F1 드라이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들이 “최초의 여성, 탁월한 여성, 유일한 여성”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 중에 하나가 된다면 좋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시대가 바뀌면서 여성들도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지만, 여전히 여성에게 어울리는 직업, 남성에게 어울리는 직업, 여성이 많은 직종, 남성이 많은 직종의 구분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답니다. 학자들은 이러한 성별 직종분리가 성별 임금 격차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고 분석해요.

'여성이 하는 일'은 노동시장에서 저평가 받아!

미국의 경우에는 1963년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이 59센트를 벌던 60년대를 지나, 2019년에는 여성이 남성 임금의 83%를 받는 수준까지 올라왔어요. 그럼에도 완전히 동일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력이나 직장에서의 능력, 일하는 시간, 경력, 직종과 같은 조건이 동일하다고 해도 여성은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아요. 개인이 가진 능력 때문이 아닌 요인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임금 격차는 곧 ‘설명되지 않는 차별’이라고 불려요. 한국에서는 임금 격차의 설명되지 않는 차별이 약 60%라는 연구 결과가 있어요(김난주, 2017).

Bartnik 외(2022)의 연구에서는 여성들이 임금 차별을 받는 이유를 우리 사회가 문화적으로 여성의 일, 남성의 일로 규정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어요. 많은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여성은 아이를 키워야 하는 사람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을 적게 하거나, 일하는 시간이 적은 일을 선택하게 된다는 거예요. 또 사회적으로 여성들은 누군가를 돌보는 일을 잘하고 다정하고 공동체적 생활을 잘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자신에게 선생님이나 간호사와 같은 직업을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고, 그럼으로써 특정 직종에 특정 성별이 많아지는 거죠. 이렇게 여성들에게 어울리고 여성이 잘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일은 노동시장에서 저평가받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임금 격차가 생겨날 수 있어요.

성비가 맞는 직업에선 임금 차별이 적어!

정확히 왜 여성들이 하는 일이 저평가 되는 건지는 명확하진 않지만, 여성이 많이 하는 일은 노동시장에서 낮게 평가되고 있어요. Bartnik 외(2022)는 여성이 많은 직업, 남성이 많은 직업, 성비가 균형을 이루는 직업을 분류하고 남녀의 비율이 임금격차에 주는 영향을 살펴봤어요. 2016년부터 2019년 미국 인구 조사를 사용해서, 농업 종사자를 제외하고 직업의 60~100%가 여성인 경우를 여성이 많은 직업, 여성이 40~59%인 직업을 중립적인 직업, 0~39%인 경우를 남성이 많은 직업으로 나눴어요.

남성이 많은 직업군으로는 비행기 조종사, 자동차 정비사, 목수, 컴퓨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트럭 운전사, 전기기사, 경찰관, 보안관 등이 있었어요. 남녀 비율이 고른 직업으로는 바텐더, 계산원, 시력 검안사, 치과 의사, 경비원, 조립공, 외과의사, 대학교수 등이 있었고요, 여성이 많은 직업군으로는 치위생사, 초,중등 교사, 집안 청소부, 아동 보육사, 가사도우미, 간병인, 비서, 사회서비스 노동자, 접수원 등이 있었어요.

여성이 많은 직업군에서는 다른 직업보다 그 직업을 가진 남성과 여성 모두 평균 임금이 가장 낮았고 임금 차별도 가장 컸어요. 남성이 많은 직업은 가장 임금 격차는 적었지만 개인의 능력이 아닌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의한 임금 격차가 제일 컸답니다. 성비가 균형잡힌 직업에서는 임금격차는 다른 직업군보다 임금 격차는 컸지만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의한 임금 격차는 가장 낮았어요. 즉, 저자들은 여성에게 가장 차별이 적은 직업은 성비가 균형을 이루는 직업이라고 설명했어요. 이런 직업에서는 여성의 수입이 가장 높고,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은 가장 적어요.

한국은 어때?

김난주(2017)의 연구에서도 특정 일자리에 여성이 집중되어있는 성별 직종 분리가 성별 임금격차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그런데 특이하게 이은정(2019)의 연구에서는 앞서 살펴본 Bartnik 외의 연구와 달리 한국의 경우 여성이 많은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의 임금은 다른 여성들보다 약 4%가 낮았지만, 남성은 여성이 많은 곳에서 일한다고 해도 다른 남성에 비해 임금 불이익이 나타나는 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이는 유리 에스컬레이터(glass escalator)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요. 유리 에스컬레이터란, 초등학교 교사나 도서관 사서, 사회복지사 등 여성들이 많은 직업군에서 일하는 남성의 경우, 관리직 취임이나 승진을 하기 유리함을 나타내는 개념이에요(Williams, 1992). 암묵적인 사회적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능력과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직장에서 승진이나 경력개발의 기회가 가로막히는 유리천장과 반대로, 남성은 보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처럼 쉽게 경력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의미죠.

한편 한국은 산업에 따라 성별 직종 분리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임시직과 일용직과 같은 종사상지위가 낮은 일에 여성이 더 많이 종사한다는 것도 성별 임금격차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인이 돼요. 2017년 서울연구원의 발표를 보면 남성의 71.9%가 상용직, 28.1%가 임시직, 일용직에서 일할 때, 여성은 58.5%가 상용직, 41.5%가 임시직,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어요. 상용직이면서 근로시간이 적정(15시간~49시간)하고 적정임금(2017년 기준 200만원)을 받는 ‘괜찮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은 남성이 45.3%, 여성은 29.9% 였답니다.

성별 직종 분리와 임금격차의 문제는 전세계적인 문제예요. 성비의 균형은 쉽게 맞출 수 있는 것이 아닐 거예요. 개인이 직업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부터가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기대, 그리고 이를 강화하는 교육 제도와 노동시장에서의 관행, 사회 정책 등이 함께하니까요. 성역할 구분과 그에 따른 편견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해요.

국제노동기구는 2019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 보고서를 통해 성평등 증진을 위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개발할 뿐만 아니라 직장 안에서 업무에 따른 임금을 공개하는 임금 공시제가 도움이 된다고 밝혔어요.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등이 임금 공개에 관련된 정책을 채택했어요. 프랑스는 개별 기업에 대한 임금 공시 의무를 줄일 수 있게 정확한 임금 수준이 아닌 ‘임금 격차’ 정보를 공시하도록 되어있어요(이은주, 2020). 임금 격차가 다양한 원인에서 오는 만큼 한국의 노동시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국에 맞는 정책을 고민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