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잘 지냈어? 있잖아…

“가수 폴리가 신곡을 냈던데, 너 들어봤어? 난 새로운 스타일이어서 좋더라~!”

여러분은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과 대화할 때 주로 어떤 주제로 대화하나요? 좋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취업 및 승진의 기회까지 이어질 수 있고, 대화는 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강화할 수 있는 초석이 되곤 하죠.

그런데 혹시 대화를 할 때 문화예술도 그 소재가 되곤 하나요? 대중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스포츠와 같은 분야들은 우리의 일상과도 꽤나 맞닿아 있는 듯한데요, 문화예술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고, 누가 이런 대화를 자주 하게 되는 것일까요? 오늘 다룰 소재는 일상과는 무척이나 가깝지만, 학술적 용어로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오늘 폴리버리 레터에서는 문화예술을 소재로 나누는 대화, ‘문화 대화(culture talk)’에 관한 연구를 소개해 보려고 해요. 문화 대화가 취업과 같은 기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를 소개함으로써, 고용 및 노동시장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 거예요.

그냥 얘기한 것뿐인데… 나에게 유익하다고?

문화 대화에서 음악, 미술, 영화 등 미학적 가치를 담은 상품들은 대화의 소재로 활용됩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문화예술에 둘러싸여 살고 있어요. 문화는 사회 전체를 아우르고 있고, 매일 새롭게 나오는 미디어들이 넘쳐 홍수를 이룰 지경이죠. 이러한 현대 사회의 미디어의 과잉 공급은 문화 대화를 더 수월하게 하는 촉매로 작용하죠.

💡 가볍디 가볍게 던지는 말이야~

문화 대화는 본질적으로 무겁지 않은 종류의 대화예요. “그 영화 봤어요?”, “이번에 무슨 배우가 무슨 연극에서 연기를 했던데, 어땠어요?”, “주말에 전시회 보고 왔다면서요~ 재미있었어요?” 이 모든 대화들은 실용적이거나 따로 목적이 없고, 심도 있는 대화라기보다는 장난스럽고 가볍게 던지는 스몰 토크에 가깝죠. 그런 가벼운 무게감을 가지는 가운데, 문화 대화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사람들과 녹아드는, 개인의 사회성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어요. 사교적으로 서로의 삶에서 가까운 문화예술 행위를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심적 거리감을 좁할 수 있다는 것이죠.

💡 하지만 결과는 가볍지 않을 수 있지!

그렇다면, 이 가볍게 주고받는 문화 대화는 그 어떤 가치도 창출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아요. 문화 대화는 사람들 간에 상호작용하며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촉매가 되거든요. 문화 대화는 상대방의 주의를 자연스럽게 집중시킬 수 있는 힘이 있어요. 문화 대화는 대부분 '공통의 관심사’를 기반해서 진행되어요. 양쪽 모두 싫어하는 문화예술은 굳이 입에 올리지 않고, 올릴 필요도 없죠.

이렇게 잠깐 집중을 받아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들면,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조금 더 열게 되어요. 이 상태에서 부드럽게 다른 주제에 관한 대화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되죠. 그리고 그 다음에 하는 대화의 주제는 마냥 가볍지 않을 수 있어요. 조금 더 깊고 진솔한 얘기, 어쩌면 부탁을 하게 될 수도 있죠. 그리고 이 네트워크는 많은 경우 이익이 되어 돌아와요. '즐겁게 말해보고, 얼굴을 익힌 사람'이 되는 것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보다는 명백하게 나은 상태예요. 직장 내에서도 고용, 승진, 파견 등 이익을 안겨줄 사람을 고르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고려 대상'이 되는 것은 어쩌면 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렇듯 문화 대화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것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죠.

문화 대화의 진입장벽과 불평등

💡 가볍게 말을 던질 수 있는 조건

그런데 문화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은 문화 대화를 시도할 수 있지만, 그 대화 상대가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인지는 다른 문제예요. '나에게 진정한 이익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애초에 보편적으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일 수 있다는 거예요. 특별한 행사나 사교 모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인데, 내가 그 현장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상황이라면, 문화 대화를 시도할 기회조차 없는 것이죠. 또한, 운 좋게 그런 사람을 만났다 할지라도, 문화 대화에 필요한 지식이나 관련된 경험이 없다면, 역시 원활한 문화 대화를 진행할 수 없겠죠. 예를 들어 대화 상대가 클래식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인데 나에게 클래식 관련 지식이 전무하고 클래식 공연을 관람해본 적도 없다면, 가벼운 대화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사람을 만날 '기회'와 '지식', 그리고 '경험'은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게 분배될 가능성이 높아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들의 사교 모임'은 아무나 참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학연, 지연 등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진입장벽이 존재할 수 있겠죠. 또한 이 능력있는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화가 '승마'나 '클래식', '미술'과 같이 어느 정도 비용과 지식을 요하는 분야라면, 더욱 접근이 어려울 수 있죠. 특히 클래식 음악이나 순수 미술 같은 분야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문화 예술 교육을 받으며 즐길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어린 시절 이런 경험이 없을 경우, 애초에 문화 대화를 자신 있고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요. 문화 대화는 본질적으로 가볍게 툭툭 던질 수 있는 대화지만, 이것에는 본인의 교육 및 생활 수준, 부모님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서 비롯된 성장 배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게 돼요.

💡 문화 대화 기회부터 불평등까지, 대화의 나비 효과

 진입 장벽이 필요한 문화 대화까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들, 즉 높은 경제적 수준 및 교육 수준을 갖춘 사람들은 그렇다면 문화 대화를 일상 속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까요? 오늘 소개하는 연구에서는 그것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각 사회경제적 지위가 영화, 음악, 문학, 미술, 연극 각 분야에서 문화 대화의 빈도를 얼마나 잘 예측할 수 있는지 살폈어요. 대화의 빈도가 높을수록 문화 대화를 가볍게 툭툭 던지며 일상생활에서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전반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문화 대화를 일상에서 빈번하게, 잘 활용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물론 이 연구에서 사용한 문화 대화 변수는 무척 광범위하게 정의되어 있어요. 영화, 음악, 문학, 미술, 연극 다섯 가지를 나누어 살폈지만, 각 분야는 세부 장르들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장르들의 접근성도 무척 다르죠. 예를 들어 같은 ‘음악’ 분야라고 하여도 ‘클래식’, ‘뮤지컬 음악’, ‘재즈’, ‘락’, ‘대중가요 댄스곡’은 상당히 다른 장르로 다루어지고, 사람들의 각 장르에 관한 지식과 경험 역시 균일하지 않죠. 따라서 이 연구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클래식’ 같은 음악 장르에 대한 문화 대화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증명하지 못해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문화 지식과 경험의 지평이 넓어, 사람들에게 수월하게 말을 걸 수 있어 이 빈도가 높다고 해석해볼 수 있겠죠. 이렇게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문화 대화의 수월성의 차이는 사람들이 형성하는 네트워크의 질 차이를 불러오고, 이것은 문화 대화가 나비효과로 작용해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취업이나 승진과 같은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저 대화일 뿐인데,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촉발하거나, 기존에 존재하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것이죠.

📌그럼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문화 대화’의 경우, 일상 속에서 개인 간에 일어나는 대화로, 지극히 사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현상이예요. 게다가 이 대화는 그저 본인들의 문화예술 경험에 대한 감상이나 경험 등을 주로 이야기하는 것으로, ‘차별 및 혐오 발언’과 같은 특정 집단에 대한 악의나 적의를 담고 있지도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화 대화 자체에 대해서는 정책을 제안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직장 내부 차원에서는 관리자 직책에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의 힘을 직시하고, 의식적으로 취향에 따른 배제나 차별이 일어나지 않게 앞장서 고민한다면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사회 전반적으로 이러한 미묘한 차별에 대해 고민하는 태도가 퍼지면 더더욱 도움이 될 것이고요.

한편, 장기적으로 다양한 문화 예술에 관한 문화 대화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조건은 어느 정도 정책적으로 마련해줄 수 있어요. 진입장벽을 넘을 힘을 마련해주는 것 말이예요. 바로 의무교육의 일환으로 깊이 있는 문화 예술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이예요. 이미 한국은 의무 교육이 훌륭하게 실행되고 있는 국가들 중 하나이지만, 문화 예술 교육에 조금 더 자원을 투자할 수 있게 된다면, 부모님의 사회경제적 지위 및 가정환경에서 비롯되는 불평등을 보정하고, 누구나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의 문화 대화에 어려움 없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