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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다이어트의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날이 더워지면 사람들은 부랴부랴 다이어트를 시작하죠. 최근 들어 MZ세대를 중심으로 ‘몸 만들기’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단백질 음료나 스포츠 의류 등 운동 관련 제품 판매량도 눈에 띄게 급증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할까요? 멋진 외모를 갖추는 것이 단순히 자기 만족을 넘어, 사회적 성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이번 논문에서는 ‘몸 만들기’를 비롯한 외모관리를 ‘신자유주의적 외모 통념’과 사회적 계층화의 관점에서 바라본 논문을 소개합니다. 특히 한국 여성들의 외모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은 무엇일지, 논문을 통해 생각해봅시다.

외모 관리도 자기 계발!

신자유주의 체제의 개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개선해갈 것을 요구받습니다. 자신의 선택과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이끄는 ‘기업가적 주체’가 되어야 하죠(Elias and Gill, 2018). 가시적 자아(visible self)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몸을 관리한다는 것은 자신의 가시성을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이자, 자기 브랜드화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행위로 정의됩니다.

신자유주의적 소비문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몸 자신감(body-esteem)을 높임으로써 자신감(self-esteem) 넘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설득합니다. 생존과 성공을 위해 멋진 몸을 만들라는 문화적 압력으로 인해 개인들은 외모 규범을 내면화하고, 외모 통념을 수용하며 스스로 외모 감시를 하며 몸을 관리합니다. 날씬하고 적당한 근육질의 몸은 개인의 의지력, 통제력, 성실성, 자기관리 능력을 입증할 수 있지만 거대한 몸집과 처진 살은 나태하고 무절제한 정신 상태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죠(보르도, 2003).

💡 오운완! 평균 심박수 148, 소비 칼로리 265 …

저자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문화 하에서의 몸 관리 행위가 자신의 몸을 일상적으로, 습관적으로 감시하고 규율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합니다. 날씬한 몸 만들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섭취한 칼로리, 걷고 운동한 시간, 수면시간, 체중 등을 면밀히 기록하며 파파라치식 외모 감시 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치밀하게 일상화된 외모 감시 활동이 개인에게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지속적으로 자기 감시와 검열의 과정을 거쳐 외모 정상성에 대한 문화적 기준을 충족하는 과정은 외모 불안감을 자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탈적인 몸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강화할 수도 있어요. 비만(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그 예시가 될 수 있죠.

부르디외는 ‘육체자본’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몸을 만드는 것이 일종의 문화자본을 획득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육체자본은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 등 다른 형태의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죠. 실제 키나 몸무게에 따라 여성 근로자들의 임금이 차별화되고(Mitra, 2001), 호감형 외모와 키에 따라 남성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연구들(김용민 외, 2012)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육체자본을 생산할 수 있는 기회가 불평등하게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경제적 계층에 따라 음식 소비 행태가 달라지고, 운동이나 외모 관리 행위를 가능케하는 환경적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가령, 온종일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린 노동자들은 헬스장에 가거나 조깅을 하러 갈 에너지도, 시간도 부족합니다. 반면 지배계급은 다양한 몸 만들기 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과 여유가 상대적으로 충분하겠죠. 즉,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중산층과 상위층만이 몸 관리에 시간과 자본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남녀를 불문하고 경제적 지위가 높을 수록 아름다운 외모를 위한 투자를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연구가 여러 차례 제시됐습니다. 캐나다 거주 여성들(65세~75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노동계급의 여성에 비해 경제적 지위가 높은 여성들의 외모 만족도가 더 높고, 화장품에 더 관심이 많으며 다양한 외모 관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나타났어요(Dumas, Lagerge, and Straka, 2005). 한국의 중년 남성 CEO들 역시 고가의 맞춤복을 구매하고 얼굴, 모발, 체형까지 다양한 관리를 받는 것으로 보고됩니다(은광희 외, 2019).

💡한국에서는 어떨까?

본 논문은 육체자본을 현대 여성의 성공 조건으로 규정하거나 비만 편견을 정상화하는 외모 통념들이 위험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육체자본 통념과 비만 편견 수용에 미치는 요인과 이러한 통념들이 자기 감시적 외모관리 행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에서도 역시 소득 상위층과 중위층에 속한 여성들이 하위층에 비해 육체자본 통념과 비만 편견을 더 많이 수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외모감시 수위에서도 동일한 결과로 나타났고요. 상위층 여성들은 매일 체중을 재고 칼로리를 계산하는 등 ‘일상화된’ 외모 감시 행위를 가장 많이 하고 있으며, 고가의 미용수술이나 지방흡입술 등 외모와 관련한 비용도 많이 쓰고 있었죠. 소득이 높을수록 이 시대에 선호되는 육체자본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고, 외모통념과 편견을 많이 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건강한 몸 만들기와 외모감시..

저자는 본 연구 결과를 통해 육체자본을 통한 성공과 배제의 두려움을 주입하는 신자유주의적 외모통념이 여성들을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일상적인 외모 감시와 외모 불안 상태로 내몰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특히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외모에 대한 압력이 크게 작용하기에, 이러한 불안은 여성이 더 크게 경험할 확률이 높습니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은 개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 외모 편견과 통념을 강화해 사회가 요구하는 몸이 아닌 사람에 대한 차별과 배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실제 해외에서는 획일적이고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대신 다양성과 포용적 가치에 근거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인정하자는 대안 운동이 나타나기도 했지요. 

한국 사회에서도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가 확산되어 다양한 몸을 가진 서로 다른 주체의 인정, 즉 ‘사회적 인정의 민주화’(Chancer, 1998)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