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부족한 청년정책?

청년도약계좌, 청년수당, 청년월세지원.. 언젠가부터 정치권에선 청년을 위한다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청년은 요즘 정치권의 대표적 관심사라고 볼 수 있죠.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 정치참여를 비롯한 시민 참여·권리까지, 청년정책의 분야도 다양합니다. 우리나라 청년정책은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을까요? 혹시 특정 성별 혹은 특정 계층에게 유리하게 작동하지는 않을까요?

신경아(2022)는 정부가 2020년 발표한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1~’25)」의 정책목표가 남성중심적 기준에서 설정됐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청년정책이 청년 집단의 성별 격차와 불평등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번 폴리버리 레터에서 소개할 논문에서는 2020년 정부가 발표한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1~’25)」의 주거 분야 정책이 과연 2030 비혼 여성의 주거 현실까지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혼자 사는 2030여성이 겪는 주거 불평등 

‘주거’,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공간으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영역입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똑같은 주거공간이 주어지지 않듯, 연령에 따라, 성별에 따라, 경제적 수준에 따라 주거 영역에서 필요한 것들도 달라집니다. 그렇다면 2030여성들이 주거 영역에서 경험하는 불평등은 정부 정책에서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을까요?

💡안전한 곳에 살고 싶어 

청년여성 주거의 핵심 이슈는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과 안전입니다. 1인가구 여성은 스토킹이나 주거침입과 같은 범죄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요. 이에 여성들은 혼자 살 집을 고를 때 안전을 위해 가급적 경비실이나 관리소가 있고 공동현관 비밀번호로 보안이 철저한 집, 큰 길가에 위치하며 파출소가 가까운 집을 원합니다. 이러한 조건들은 주거 비용을 상승시키죠.

그러나 발표한 정부의 「기본계획」에 나타난 주거정책에는 이러한 젠더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부모 배경에 의한 자산 격차, 비서울 출신 청년의 주거비 지출 격차 등의 문제만을 진단해 주거비 부담 완화 정책을 펴고 있을 뿐입니다. 여성들이 안전한 집을 구하는 데에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는데, 현재 정책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죠. 

💡주거 공급의 우선순위  

정부가 제시하는 청년 주거정책의 중점 과제는 주택을 공급해 자가 소유를 위한 비용을 절감하는 것입니다. 실제 청년주택의 공급 계획은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는 추세고요.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주택공급 대상의 대부분은 ‘신혼부부’입니다. 정부의 「기본계획」에 따르면, 갓 결혼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신혼 특화단지, 신혼 희망타운 주택은 35.4호를 공급할 계획인 반면, ‘미혼청년’ 을 대상으로 하는 공급 예정 주택은 겨우 3.8만호에 그칩니다. 이는 정부가 출산이 가능한 이성애 가족의 주택 소유를 지원하는 것에 더 치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새롭게 형성되는 '주거'의 의미

청년에게 ‘주거’, ‘집’이라는 공간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교육, 취업, 결혼, 출산의 생애규범을 이행하기 위한, 임시적인 공간이라는 청년주거의 규범은 분명 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2030 비혼 여성들 중에서는 주거에 대해 다른 집단과 다른 의미를 구성해 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 가부장제로부터 도망친 공간 

어떤 청년들은 가정폭력을 피해서 가족으로부터 독립하기도 하고, 가족의 빚을 떠안고 독립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반지하나 고시원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살지만, 그런 열악함보다도 일단 가족의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서 자기만의 공간을 가진다는 걸 중요하게 여기지요. 주거 환경이 취약해도 가부장적 억압에서 탈출한 공간이라는 의미가 더 큰 것입니다. 이렇게, 일부 2030 비혼 여성들에게 ‘집’은 이들이 경험한 다양한 사회적, 관계적, 정서적 측면이 교차되는 복잡한 공간이에요.

그렇지만 청년주거정책에서 규정하는 ‘주거 취약청년’의 의미는 단지 경제적 빈곤과 계급의 관점에서만 다뤄지고 있습니다. 정서적 무기력·사회적 배제·위험 노출·관계망 결핍 등 삶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는 새로운 빈곤의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죠. 저자는 특히 정부의 청년주거정책이 주거에 대한 가부장적 가족상황의 영향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 '집'과 '일터'의 분리?

정부가 공급하는 청년주택은 4~6평의 원룸이에요. 잠자는 일 이외의 활동을 집 안에서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주거공간은 ‘내 집 같지 않은’, ‘수용시설’처럼 느껴지죠. 청년의 주거공간을 단지 취업 혹은 결혼 전 거쳐가는 임시적 공간이라는 규범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공급하는 청년주택의 이러한 특성은 ‘집’에 대한 근대적 사고방식을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즉, 집은 사적 재생산의 공간으로만 규정하고, 유급노동 등은 집 밖의 공적 공간에서 이뤄난다고 보는 공/사 이분법에 따른 관점이죠.

이러한 공간은 재생산 활동과 유급노동을 모두 집에서 하는 이들의 현실보다는 도심지로 출퇴근하는 남성 유급 노동자의 삶의 패턴에 더 부합합니다. 주거정책이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집 밖의 직장이 아닌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등 다양한 삶의 양식을 가정하지 않은 것이죠.

📌좀 더 섬세한 청년주거정책을 위하여

저자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정책은 계급만이 아니라 젠더, 연령, 섹슈얼리티 등 여러 권력관계가 교차하여 작동하는 불평등 문제로 접근할 때 더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현실 개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청년정책에 대한 젠더 중립성을 탈피하고, 누락된 젠더 관점의 접근을 검토해야 합니다. 

• 청년의 취약성을 연령 범주만으로 규정하는 전제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지역이나 계층뿐 아니라 젠더, 가족상황 등 여러 범주가 교차하여 청년의 취약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상황과 관점을 고려해서 정책을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 저자는 청년주거정책이 기존에 집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포용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결혼, 출산, 소유와 같은 생각보다는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은 가족, 공유 등과 같은 새로운 주거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죠. 탈혈연, 사회적 가족과 가족 구성에 대한 권리, 공유와 돌봄 등 새롭게 재배치되는 주거의 의미를 포용하는 정책을 모색해가야 합니다. 정책의 대상이 되는 청년들의 삶을 섬세하게 살펴야, 안정적인 청년 주거라는 정책 목표에 더 다가갈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