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셀이 뭐야?

‘인셀’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오늘은 로라 베이츠의 책 “인셀 테러”를 소개하면서 매노스피어와 여성혐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테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최근 딥페이크로 불법 합성한 성범죄물을 만들고 공유한 텔레그램 대화방이 운영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텔레그램의 ‘겹지인방’ 채널을 통해 자신들이 함께 아는 여성이 있으면 그 여성이 평범하게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으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하고 공유한 것이죠. 2015년 소라넷에서 이뤄진 불법 촬영물 유포 및 성폭력 모의, 2016년 정준영 등 유명 연예인들의 성폭행 불법 촬영 영상 공유 사건, 2018년 웹하드 성착취 영상물 유통 사건, 2019년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사건에 이어 발생한 여성혐오로 인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입니다. 미성년자와 가족, 지인을 대상으로 ‘지인능욕’ 성범죄물을 만든 이 사건을 공론화하는 데에 도움을 준 ‘길티아카이브’는 한 뉴스 인터뷰에서 이러한 범죄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인셀(incel) 문화 때문에 여성을 능욕하며 희열을 느끼고, 그것이 범죄라는 인식도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인셀은 비자발적 독신(involuntary celibate)의 줄임말로, 원래는 1990년대 중반 캐나다에서 알라나라는 한 여성이 연인을 찾기 위해 만든 웹사이트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이 웹사이트는 남성과 여성이 각자의 연애관계에 있어 “두려움과 좌절감, 불행을 공유하며 서로를 다독이는 온라인 커뮤니티(p. 59)”로 발전했는데, 알라나 자신이 점차 좌절스러운 로맨스 경험으로부터 멀어지고, 커뮤니티에서 멀어지자 20년 후에 이 커뮤니티는 여자를 혐오하는 남자들이 모인 공간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인셀은 여성과의 연애 관계에서 실패한 자신의 경험이 여성의 탓이라고 믿습니다. 외모가 뛰어난 상위 20%의 매력적인 남성들만이 섹스의 80%를 즐기고, 날 때부터 못생기고 못난 남자들은 나중에 여성들에게 금전적인 지원만 해주면서 살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은 매노스피어(남성계: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남성들)와 이성애중심주의, 인종차별, 백인중심주의, 가정폭력, 극우주의와 연결되어있습니다. 이들은 여성과의 섹스, 번식, 지배야말로 남성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의 이유라고 믿습니다. 여성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몸만 있다면 누구와도 섹스할 수 있기 때문에 남성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백인 남성의 유전자야말로 제일 우월하며 따라서 가정과 사회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회복하고 순수하게 혈통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에 의하면 백인 남성들이야말로 박해를 당하고 있으며, 강간은 거짓말이고 남성들은 허위 강간 고소로 인한 피해자입니다. 여성이 자유와 독립성을 요구하기 시작한 탓에 남성의 삶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여성은 인간이 아니고 성적인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해서 여성의 성노예화, 강간 합법화를 주장합니다. 한국에서도 ‘주둥이 방송’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을 ‘도태남이자 남성인권운동가’라고 소개한 10대 고등학생이 누구는 “잘생기고 키가 크다는 이유로 예쁜 여자를 잘 만나는데, 누구는 신경도 안 써준다”며 연애를 “추첨제로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서 큰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런 사람들, 은둔형 외톨이들이고 온라인에서만 그러는거겠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는 고립된 소수들만이 여성혐오적인 것도 아닙니다. 소아성애자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근친상간, 강간 합법화를 주장하는 게시글을 올린 사람은 37세 회계사이자 버지니아 주 의원 후보인 네이선 라슨이었습니다. 영국의 노동당 하원의원 안젤라 이글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하자 살해 협박 문자를 받았는데요, 그 여성혐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45세의 스티븐 킹으로 무직의 은둔자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여성혐오와 이슬람혐오가 가득한 글을 수없이 작성한 사람의 정체는 6명의 자녀를 둔 한 취업 컨설턴트였습니다.

저자는 인셀의 위협이 온라인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많은 여성들의 삶을 실제로 위협하고, 대규모 살해로 이어진 사례를 소개합니다. 2014년 22세 엘리엇 로저는 대학교 캠퍼스 인근의 여학생 회관으로 가서 총을 쐈습니다. 총 6명을 살해하고 14명에게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 테러가 일어나기 전 유튜브에 여성들에 대한 자신의 복수 계획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이후 인셀 커뮤니티에서 엘리엇 로저가 영웅으로 칭송 받으며 모방범죄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여성 혐오의 위험성을 설명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인셀 웹사이트가 35만 개 이상의 스레드와 300만개 게시글, 9000명의 회원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아예 여성을 피하는 경우는 별로 문제가 안 되지 않아?

매노스피어에 기반한 집단은 인셀도 있지만 믹타우(MGTOW)나 남성권리운동가도 있습니다. 믹타우는 자기만의 길을 가는 남자들(Men Going Their Own Way)의 준말로, 여자를 아예 철저히 피해서 자신을 고립시키는 방향을 택한 사람들입니다. 여성과의 관계가 자신들을 해하기 때문에 독신주의를 택하는 것으로, 이 또한 여성 혐오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을 아예 만나지 않겠다는 이들의 방향은 언뜻 보면 폭력적이지 않은 것 같지만, 직장에서 업무상 만나야 하는 일도 여성과 단둘이라면 취소하거나 남성과 밀접한 상호작용이 필요한 일에 여성을 고용하는 것을 꺼리면서 여성의 취업과 승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남성권리운동은 여성과 페미니즘을 공격합니다. 아버지들의 양육권, 남성들의 높은 자살률, 우울증, 직장 내 사망사고 등에 집중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것들의 진짜 해결책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사실 그런 문제들은 사실 페미니즘이 수없이 비판해온 유해한 남성성과 가부장제로 인한 것이지만, 남성권리운동은 문제의 원인을 여성으로 진단하거든요. 수없이 많은 무고한 남성들이 여성들의 허위 가정폭력 신고로 인해 양육권을 빼앗기고, 허위 강간 신고로 인해 직장을 잃는다는 거짓된 통계를 근거로 들어 마치 소수의 사례가 다수인 것처럼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뭐가 여성혐오를 그렇게 키운건데?

저자는 픽업아티스트,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 표를 얻기 위해 매노스피아의 사상을 차용하는 정치세력, 그리고 여성혐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보도하는 언론과 사회분위기를 지적합니다.

💡 픽업아티스트

남자들이 가진 두려움을 이용하여 성폭력을 가르치는 픽업아티스트들은 섹스에 이를 수 있는 정확한 비법을 알려준다고 선전합니다. “픽업아티스트 커뮤니티의 남자들은 여성을 쾌락의 수단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복종하도록 길들여야 하는 아이로, 또는 훈육이 필요한 강아지로 여기도록 반복적으로 훈련 받습니다(p. 237).” 남자들은 여성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서 전문가를 찾았다가 여성의 저항을 저항으로 보지 않고 섹스를 하게끔 만드는 성폭력 기술을 배우게 되며, 픽업아티스트들은 여성과의 관계에서 실패할까봐 두려워하는 남성들을 착취하여 엄청난 돈을 법니다.

💡 소셜미디어

여성들의 거절은 거절이 아니며 강간은 거짓말이고, 사실은 남성들이야말로 차별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라는 메시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전파됩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젊은 남성들과 남학생들이 페미니즘과 성차별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접합니다.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소셜미디어는 여성혐오 미디어를 추천하는 자신들의 알고리즘에 대해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또한 소셜미디어는 여성혐오 게시물을 작성하거나 심지어 여성을 실제적으로 협박, 위협하는 게시물을 작성하는 계정을 차단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 정치세력

매노스피어의 관점을 주류로 전파한 집단은 바로 정치인들입니다. 저자는 트럼프야말로 여성혐오적이고 인종주의적인 발언을 수차례 행하며 매노스피어와 대안우파가 가장 과감하게 주류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한 인물이라고 설명합니다. 트럼프의 발언 때문에 성차별, 성폭력이 ‘용인 가능한 것’처럼 받아들여졌으며 주류 정치인이 남성권리운동가들이 유포하는 거짓말(여성들이 양육권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 폭력을 당했다고 거짓말한다, 여성들이 남편의 폭력을 도발하기 때문에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것이다)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대중의 의식 속에 침투하고 정책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 여성혐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

무엇보다도 여성들이 대규모 살상된 범죄에 대해서는 테러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저자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경계하는 것만큼이나 급진적 동물권이나 환경권을 테러리즘으로 경계하면서 여성혐오, 남성우월주의는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여성혐오를 동기로 하여 여성을 의도적으로 겨냥한 모든 폭력적인 극단주의는 진지하게 문제로 다뤄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p. 657). 심지어 여성혐오에 입각하여 범죄를 벌였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언론에서 여성혐오 테러로 다루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미디어는 무슬림이나 비백인 살인범은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데 반해 백인 살인범은 어떻게든 테러리스트로 규정하지 않으려하며 가정폭력 등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용서하고 인간미를 강조하려고 합니다. “상심을 해서, 버림받은 아버지라서, 애정행위라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으며 “사실 아주 다정하고 좋은 남자”였다는 증언을 덧붙여서 보도합니다.

💡 어쩌면 포르노까지

Tranchese & Sugiura(2021)는 포르노가 인셀의 여성혐오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여성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포르노가 고통스러워하는 여성들로부터 성적 만족감을 얻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러한 포르노가 주류가 될 때, 남성은 포르노와 달리 ‘거절의 말’을 할 수 있는 여성들을 만나면서 수치심을 느끼고 성적인 관계에 있어서 자신을 ‘패배자’로 인식하게 됩니다. 포르노와 여성혐오의 관계에 대해서는 지난 폴리버리레터에서도 다루었어요.

📌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서 혐오발언을 금지하는 행동규정이 필요합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콘텐츠에 책임을 지고 이용자의 안전을 고민해야 합니다(p.1104). 저자는 트위터의 경우 “대규모의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피해자 계정을 언급하는 트윗을 모두 확인하고 이용 조건을 위반한 계정을 중지시키는 조치(p. 576)”를 제안했습니다.
• 언론은 허위 정보를 사실인 정보와 동일한 비중으로 전달하지 말고 피해자의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정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 누군가를 강간하거나 살해하겠다고 협박했을 때 이를 신고하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여성혐오 범죄에 진지하게 대처할 제도가 필요 합니다.
• 소년들이 스스로 안전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 스스로 새로운 남성성의 의미를 만들 수 있는 공간,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청소년 센터와 같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안 공간(p. 1162)”을 제공해야 합니다.
• 극단적 여성혐오에 대해 교사가 잘 대처, 대응하고 학부모들이 자녀와 대화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합니다.
• 남자가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합니다. 남성성이 또 다른 고정관념으로 대체되지 않도록 다양성을 인정하고 (p. 1140) 다양한 남성들이 사례로 등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매노스피어가 적으로 삼아야 할 대상은 여성이 아니라 유해한 “남성성”

마지막으로 매노스피어가 적으로 삼아야 할 대상은 여성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지키고 싶어하는 구시대적 남성성임을 지적하면서 저자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 “남자들은 ‘어떤 사람과 성관계를 하려는데, 내가 자기를 강간했다고 말할까봐 정말 겁나’라고 말하지 않아요. ‘여자들은 강간당했다고 거짓말 해’라고 말할 가능성이 크죠.” “그렇게 말하는 건 어려워서가 아닙니다, 겁이 나서 그러는거죠. 남성성에서 크게 차지하는 부분은 두려움을 내비치지 않는 것입니다(p. 1074).”

• “남자가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에 대한 구시대적 관념들이 위험한 것이다. 남자라면 “약점을 감추고 힘을 과시해야 한다는 생각. 모든 인간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 나약함이나 감정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두려움이나 괴로움을 금욕적으로 틀어막고 어떤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도움의 손길이나 소통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 가정에서 가장, 부양자, 보호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 여성 배우자와 자녀를 동등한 파트너와 지지의 원천이 아니라 나약한 이차적 부양자, 자기 자신이나 재산의 연장으로 대해야 한다는 생각. 강인함, 신체적 기량, 성적인 승리감을 지성, 감성 지능, 우정보다 더 중시해야 한다는 생각. 실패를 인정하느니 몰래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알아서 치유해야 한다는 생각. 직업적 만족도보다 돈과 지위가, 양육자로서의 참여보다는 커리어가, 자신보다는 사회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p. 1132)”. “우리가 이런 ‘유해한 남성성’이 문제라고 말하면 남자들은 ‘유해한 남성’이 문제라고 말하는 것처럼 잘못 받아들인다(p. 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