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년 리뷰(2부) 

노동시장과 재생산 노동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했던 지난 리뷰를 기억하시나요? 리뷰를 통해 여성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자에게 지워지는 편견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끊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었죠. 

오늘은 젠더폭력과 여성성이라는 주제로 지금까지 폴리버리가 소개했던 논의를 엮어보려 해요. 지난 호에서는 젠더 간 불평등을 다루었다면 이번 호에서는 젠더 간 폭력, 그 중에서도 ‘유해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과 가부장제로 인해 발생하는 젠더 기반 폭력, 그리고 여성성이 배제된 사회적 공간에 대해 논의합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지 확인해보시죠!

Keyword: 젠더폭력

💡 물리적 공간에서의 성폭력

가정과 직장은 가장 흔하게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는 공간이죠. 그러나 여성이 이러한 폭력을 어딘가에 보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정폭력의 경우 사적 영역의 일로 치부되어 여성의 피해를 축소되는 한편, 직장 내 성폭력의 경우 조직 내 분위기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신고를 말리거나 실제로 인사평가를 나쁘게 하는 등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만연하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피해자에게서 찾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의 행동변화를 요구하는 현재의 한국에서 성폭력을 근절하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름없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온라인 공간을 지배하는 여성혐오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 공간에서의 성폭력도 점점 심각성이 커져가는데요. 문제는 물리적 피해가 없는 폭력에 사회가 둔감하게 반응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는 최근 미스코리아 대회 본선 질문인 “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미디어에서 교제살인을 여성혐오 범죄라고 명명하거나 테러라고 말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도 있고요.

온라인 공간의 폐쇄성은 유해한 남성성을 길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여성에게 기만당하고 거부당하는,’ ‘진짜 피해자’로서의 남성을 상상하고, 피해자 남성성을 전파하는 알고리즘은 여성혐오를 퍼뜨리는 데 엄청난 공헌을 했죠. 이들은 전체 여성을 남성의 하위 존재에 위치시킴으로써 스스로의 지위를 높이는 전략을 취하는 동시에, 전통적 가부장제 모델에서의 남성성을 박탈당한 피해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시켰습니다. 기존 정치권이 이러한 피해자 남성성에 화답하면서 여성혐오는 탈의제화되어 버렸죠. 그러는 동안 정작 실제 청년(여성과 남성을 통틀어)의 삶에 대한 의제는 뒷전이 되고 말았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남성이 가해를 가해라고 인식하기 어렵게 하는 유해한 남성성이나 피해자 남성성이 아닌, 새로운 남성성이 만들어질 토양을 구축해야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폭력예방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합니다. 교육대상의 특성을 고려하여 소규모로 맞춤형 수업을 고안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거예요. 또한 알고리즘 추천 기능을 통해 여성혐오 컨텐츠가 전파되는 경로를 미리 차단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부처 간의 협력이 필요하겠어요. 근본적으로는 남성들이 스스로 남성성을 사유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야겠죠.

Keyword: 여성성

💡 폄훼된 여성성, 배제된 여성

남성성에 대한 전망이 나왔으니 이제 여성성을 언급할 차례겠죠? 우리 사회는 여성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미적 노동이 여성에게 이중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려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미적 노동은 ‘여성이라면 젊고 아름다워야 할 것’이라는 헤게모니 여성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인데요,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성을 비가시화하는 전략은 우리 사회가 여성리더를 상상하기 어려운 사회라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헤게모니 여성성은 사회적 위치를 막론하고 여성이 사회생활에 ‘부적합’하다는 딱지를 붙이곤 해요. 예컨대 헤게모니 여성성을 ‘상실’한 갱년기 여성을 ‘예민하고 경쟁력 없’다고 평가하거나, 여성 군인이 임신했을 때 ‘쓸모없는 군인’이라고 비난한다는 식으로요. 또, 여성 정치인이 여성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자 해도 남성 기성 정치인들과의 네트워킹을 우선하는 모습을 통해서도 여성 배제적인 사회조직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남성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순간 여성은 근본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겠죠. 다양한 생애주기와 욕망을 가진 여성을 인지하고, ‘실제 여성’의 모든 삶을 부정하지 않는 정책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앞으로 폴리버리는...

• 이번 호에서는 지금까지 발행한 67개의 레터를 ‘일상에서 마주하는 젠더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어 리뷰해 보았어요.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이 가정에서의 불평등을 견인한다는 것과, 이 모든 불평등은 결국 우리가 인지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 각 챕터의 소결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사회가 불평등을 줄이고자 해 온 노력을 긍정하는 동시에 앞으로 더 나아갈 방향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개인적 수준에서는 매번 인지적으로 스스로가 가진 편견을 돌아보려는 노력이, 정책적 수준에서는 개인이 가진 편견에 제동을 걸어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거예요.

• 폴리버리 레터는 앞으로도 일상에 존재하는 불평등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학계의 논의들을 더욱 쉽고 재밌게 전달하겠습니다. 쭉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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