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화된경험 #성차별 #여성들의연대 #목소리내기

• 고립된 감각과 침묵

• 연대의 감각으로부터 나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

최근에 장제원 씨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알려졌죠. 피해자는 근 10년을 침묵과 인내로 버텨오다 피해사실을 인정받고 사과를 받기 위해 용기를 내어 피해사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가 10년이라는 세월을 인내한 이유는 말해봐야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 그리고 여성의 피해보다 남성의 커리어를 중시하는 남성 중심적인 정치권의 문화 때문일 거예요. 이러한 상황은 단지 운 나쁜 한 사람의 이야기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사실 일하는 여성은 종종 성추행, 성폭력, 고용/임금/승진/업무 상 차별과 같은 직간접적인 위협에 노출되는데, 이들은 많은 경우 침묵하거나 스스로 직장을 떠나게 됩니다. 이렇게 피해자만 제거되었을 때의 문제는, 결국 해당 조직의 여성 차별적 관행은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또 다른 피해를 낳게 된다는 점에서 일하는 여성 전반에게 엄청난 위협이 되죠.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여성이 수동적으로 피해를 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의 지지와 연대를 통해 조직의 차별적 대우를 시정하고자 한다는 데에 있어요. 더 큰 차별이나 폭력적 상황에 휘말릴 수 있다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조직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 걸까요? 오늘의 폴리버리 레터는 Corsten과 Daviddi(2025)의 연구를 통해 미국 전문직 여성들이 다양한 성차별/성폭력에 어떻게 반응했으며 조직을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성차별을 경험한 후 피해에 소극적으로 방어하기만 할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저자들은 차별을 마주하고도 문제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여성들에게는 중요한 자원이 있었음을 발견했어요. 그 자원은 바로 지지 네트워크 (support networks)로, 여성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젠더화된 경험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공식적/비공식적 모임입니다. 여성들은 이러한 모임을 통해 자신의 경험이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닌 성차별에 기반한 집단적인 문제임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어요. 심지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하지 않았더라도, 일자리에서 젠더 평등을 지향하고 이에 대한 헌신과 연대감을 기르게 되었습니다.

Harper의 경우를 볼까요? 그는 남자 상사가 자기의 아이디어를 빼앗아가는 상황을 여러 번 경험했다고 해요. 이게 단순한 기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여성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이것이 조직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여성 배제적인 패턴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직장에서의 성차별을 민감하게 인지하게 되고, 동료들에 대한 연대감도 더 커졌다고 해요. “바로 이게 여성 집단의 힘이고, 우리는 이 상황을 탈피할 것”이라고 말하면서요. 이렇게 서로의 경험을 공유한 덕분에, 이후 다른 남성이 여성 동료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려고 했을 때 미팅에서 목소리를 높여 ‘이런 것이 젠더 차별적인 행위’임을 지적할 수 있었습니다.

Yvonne도 비슷한 경험을 들려줬어요. 직장 내에 존재하는 평등, 다양성, 포용 (Equality, Diversity, and Inclusion) 팀을 통해 여성 동료들이 임금차별, 업무 상 배제, 성희롱 등의 문제를 경험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공식적으로 CEO에게 보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Yvonne는 조직이 더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며 여성 직원들이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종류의 지지 네트워크는 여성들로 하여금 모호해 보이는 부당한 처우를 차별로 규정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중요한 업무에서 배제되고, 성희롱에 노출되었던 경험들이 여성 개인이 특수하게 경험하는 일이 아니라, 성차별적인 일 문화로 인해 여성 전반이 경험하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이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용기는 바로 이러한 지지와 연대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임을 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