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상순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한 2025년 여름, 다들 무탈히 지내고 계신가요? 이제 우리가 알던 지구는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이상한 현상들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런 인사는 다소 무색하게 들리기도 하네요. 폭염으로 인해 택배/배달 노동자가 사망하고(한국), 극한 폭우로 인해 발생한 홍수로 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이니 말이예요(미국 텍사스). 기후변화가 뚜렷하게 관찰되는 지금, 많은 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특정 집단에게 더 가혹한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예컨대 지난 1월에 발생한 LA 산불을 생각해보면, 부자들은 사설 소방관을 고용해서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반면, 그만한 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시민들은 산불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었죠. 이는 재난의 결과가 계층화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럼 재난 피해와 회복을 이야기할 때 계층만 고려해도 될까요? 최근 연구들은 재난은 더욱 복잡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고 말하며 재난과 사회환경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고려할 것을 주장하는데요. 최근에는 특히 여성과 어린아이의 취약함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폴리버리 레터는 Dijkerman과 동료들의 연구를 통해, 재난 상황에서 여성이 어떤 추가적인 어려움을 마주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볼게요.

출처: BBC, 28 May 2024, “At least 16 dead as cyclone hits Bangladesh and India”

사이클론이 지나간 자리, 쉼터에서 여성들은...

💡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한 부인과 질환 위험 증가

💡 예기치 못한 임신과 가족들의 낙태 권유 

또, 쉼터에 있는 동안 여성은 피임을 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사이클론이 지역을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는 약국이나 건강센터가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임약을 제때 먹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이는 예기치 못한 임신으로 이어집니다.

재난 상황에서 여성의 임신은 가족들로부터 환영보다는 재앙으로 이해되곤 해요. 한 지역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을 향해 종종 ‘왜 하필 이런 때 임신을 하느냐’는 비난이 가해진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은 낙태를 원치 않는 경우에도 자기를 향한 비난에 못 이겨 낙태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재난 상황에서 여성은 자기 몸에 대한 권리를 온전히 주장하기 어려운 셈인 거죠.

💡 임신 중인 여성의 취약함 

가족들이 임신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재난 상황에서 임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실제로 많은 연구 참여자들은 입을 모아 가장 취약한 사람이 임신한 여성이라고 말합니다. 재난은 극심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때문에, 유산하거나 조산할 위험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죠. 예컨대 나뭇가지가 꺾여 쓰러지고, 돌풍으로 인해 건물의 잔해가 떠다니는 상황에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임신한 여성들이 다칠 위험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높죠. 또,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경우, 임신으로 인한 합병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매우 큰 위험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고 있는 여성들이 임신을 거부하는 현상도 관찰되곤 해요. 정신없는 재난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고, 먹이고, 지키는 일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실질적인 문제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예상되는 위험을 애초부터 회피하려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의 사례는 방글라데시 여성들이 사이클론 사태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들려주고 있는데요. 이들의 사례는 다양한 사례에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요. 특히 매년 장마로 인해 수재민이 발생하는 한국에서도 위와 같은 사례를 참고하여 쉼터를 더 여성 친화적인 공간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할 수 있겠죠.

• 재난이 누구에게 어떤 위험을 불러오는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해요. 이러한 데이터를 구축함으로써 더 뾰족한 대책을 세우는 게 가능할 테니까요. 특히 연구에서처럼, 여성이 겪을 수 있는 위험을 재난 대응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요.
• 또한, 연구의 말미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재난 상황에서 쉼터를 보다 여성 친화적인 공간으로 바꿀 필요성이 있습니다. 안정적인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임신한 여성을 위한 방문형 의료 서비스가 증가해야 하겠죠. 또, 쉼터에 위생용품과 깨끗한 물 등 월경 중인 여성을 위한 용품이 비치되거나, 여성 건강 전문가가 쉼터에 상주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 좋겠어요.
• 근본적으로는 기후위기를 늦출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안해야 해요. 폭염, 폭우, 태풍 등의 재난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니까요.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알리고,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요?

앞으로 우리는 수많은 재난을 마주하게 될 테죠. 재난을 막으려는 노력을 끊이지 않고 해나가는 동시에, 재난 상황 속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