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적은 여자?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여성은 다른 여성과 경쟁하고 질투하고 헐뜯고 비난한다"는 말로, 이는 개인과 개인 간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여성 집단간 갈등으로 묶어버리는 말이에요. 여적여라는 말은 여성들은 사소한 일을 두고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여성은 남성과의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걸 시사하고, '여자는 이래서 안돼'라는 프레임이 생기며, 여성 내부에 적을 만들어내요(중대신문, 2017.10.31.).

그러나 한편으로 여성들은 이렇게 여자의 적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더 공감을 잘하고 타인과 협력하고 보살피고 배려하는 등 공동체를 중시하는 특성을 가졌다고 여겨지기도 하지요. 오늘 폴리버리 레터에서는 이렇게 '여성은 서로 경쟁한다'는 연구들과 '여성은 서로 협력한다'는 상반되는 선행연구들을 정리한 논문을 소개합니다.

출처: The Post, "'The Devil Wears Prada 2' starts filming. Here's what we know so far"

여성은 남성보다 더 경쟁적일까?

우리 사회에서 여자는 남자보다 더 서로 화합하고 협동하는 기질이 있다고 여겨지는 동시에, 다른 여자에 대해서 굉장히 강한 경쟁심을 가졌다는 인식 또한 존재해요. 이건 단순히 우리 사회의 인식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여성이 다른 여성에 대해서 실제로 적대적인 행동을 보일까요? 저자들은 이 주제로 실험을 진행한 여러 선행연구를 찾아보았어요. 먼저 여성은 남성보다 경쟁에 덜 참여하는 경향, 경쟁에 참여했을 때에도 남성보다 성과를 덜 내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리고 여성은 남성과의 경쟁보다는 여성과 경쟁하는 상황을 더 많이 택했지만, 경쟁해야 하는 여성이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면 경쟁을 회피했어요. 여성들은 남성들과 달리 자신과 아는 사람과 경쟁하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망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여성이 다른 여성에 대해 경쟁적일 것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여왕벌 현상? 일벌 현상?

회사와 같은 조직 안에서 어떤 역할이나 승진, 권력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여성 간 경쟁은 어떻게 나타날까요? 먼저 직급이 높은 여성이 부하 여성 직원의 승진을 막는 ‘여왕벌 현상’이라고 해요. 여성 상사를 둔 여성 부하 직원의 회사 생활 만족도가 낮다는 연구도 있고, 관리자급 여성들이 직급이 낮은 여성들을 더 고용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고한 연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저자들은 정반대의 연구 결과도 많기 때문에 여왕벌 현상이 여성에게서 나타난다고 확증할 수 없다고 설명해요. 여성 상사가 부하 직원들을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게 나타난 경우도 있고, 여성 상사가 많을 때 이직률이 줄어드는 경향성을 보고한 연구도 있고, 여성 시장이 당선되었을 때 중간관리자급 행정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이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일벌 현상’은 전통적으로 ‘남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역할에서 성공한 여성들을 낮은 직급의 여성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말해요. 그러나 자신의 여성 상사가 충분히 ‘여성적’이지 않거나, 엄마로서 기대되는 행동들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으면, 남자직원이나 여자직원이나 상사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는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여성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줘요.

군인과 같이 ‘남성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여성들은 덜 ‘남성적’인 여성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 나타났어요. 아마 강한 남성성을 보이고 남성과 어울려야 더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겠지요?

💡 여성들 간 경쟁은 주로...

여러 연구들을 살펴보니 여성이 같은 여성을 적대시하는 행동이 나타나더라도 이는 대부분 남성 중심적인 조직, 즉 남성이 많이 일하거나, 남성적인 일이라고 여겨지는 직업을 가질 경우에 나타났어요. 왜 그럴까요?

이런 직장에서 승진하기 위해 동료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려고 경쟁하거나, ‘남성적’으로 행동할 때, 여성은 여성으로서 기대받는 성역할 규범(화합이나 연대, 배려나 돌봄)을 어긴 셈이 되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여성은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 것 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규범을 어긴 데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받게 됩니다. 승진하기 위해 경쟁을 열심히 했는데, 같은 여성을 돕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긴다는 평가가 따라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여성에겐 직장에서 경쟁과 협동 모두 잘 해내야 하는 ‘이중적 기대’가 주어지는 셈이에요.

또한, 여성은 조직 내에서 남성보다 적은 자원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직원을 승진시키고자 할 때 여성은 한 명만 승진시키기로 결정했다면, 여성들은 동료들과 경쟁해야 할 거예요. 이렇게 한정된 자원과 기회를 두고 조직 안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이 서로 서로 경쟁해야 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Gabriel et al., 2018; Sheppard & Aquino, 2017).

여적여 프레임은 왜 생겨난 걸까?

• 여성이 성역할 규범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적대적인 평가를 받아요. 그래서 남성이 많은 영역에서 성공한 여성들에게는 “차갑다, 비호감이다, 공격적이다, 공동체성이 부족하다, 화합능력이 부족하다”라는 평가가 따라와요. 이 여성이 실제로 그런 사람인지는 무관하게 다른 여성들에게 “경쟁적이고 비협력적”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사회적인 고정관념이 있을 때, 성공한 여성이 다른 여성들의 성공을 돕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면 더더욱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 다른 여성의 성공을 방해하는 사람, 개인적인 목표를 여성 전체의 연대보다 우선시 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 보통 경쟁하고 공격적인 태도는 남성적인 기질로 여겨지기 때문에, 여성들끼리 경쟁했을 때 사람들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겨서 그런 프레임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어요. 직장에서 여성과 남성 모두가 뒷담화, 따돌림, 평판 훼손과 같은 행동을 한다는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들을 특히 “여성적인” 기질로서 강조 해왔어요. 또 사회 전반적으로도 남성이 스스로의 이익을 위한 행동을 하거나 경쟁적인 행동을 했을 때 긍정적으로 평가받지만, 여성에게는 부정적인 평가가 따라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성 간에 서로를 돕고, 지지해주고, 멘토가 되어주는 사례도 존재하지만 여성 간 경쟁이 더 많은 주목을 받아왔어요.

협쟁? 협동 + 경쟁

📌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를 위해 먼저 회사에서 인사 담당자나 상사가 여성과 남성 직원이 똑같이 조직에서 경쟁했어도 다른 말로 평가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아야 해요. 남성 직원에게는 "적극적이다"라고 했다면 여성 직원에게는 "공격적이다"라고 평가하지는 않았는지 성과 평가 메커니즘을 살펴보고,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해요. (이에 대해서는 이전 폴리버리 레터 "같은 듯 다른 그와 그녀의 성과 평가 메커니즘~" 에서 더 자세히 다뤘답니다.)

• 여성 직원은 여성 상사와 일할 때 스트레스가 높다는 연구 결과(정한나, 2017)가 있어요. 여성 상사가 같은 성별의 부하직원에게 더 기대가 커서 그렇다는 추측이 있을 뿐, 아직 왜 그러한지 분명하지 않답니다. 상사로서 부하직원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직원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걸림돌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