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박사생활을 위해서는...

어느덧 8월의 마지막 주가 되었네요! 다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잘 하고 계신가요? 이제 학교를 떠난 분들은 잘 기억이 안 날 수도 있지만, 이맘 때 즈음이면 항상 들려오는 소식이 있죠. 바로 졸업식인데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이번에 학위를 받는 분들이 있다면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모든 학위가 고난을 딛고 얻는 거라고는 하지만, 박사 학위의 경우에는 더더욱 의미가 있죠! 오랫동안 스트레스와 압박감, 불안감을 견뎌내고 얻은 학위라는 점에서요. 또, 박사 학위를 얻으려면 박사 학위 논문뿐만 아니라 일반 연구 논문도 출판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실적이 나중에 학계에 자리잡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박사 학위를 따는 건 특히나 어려운 일이랍니다. 많은 학교들이 박사의 졸업요건으로 최소 출판량을 규정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이런 실적이 추후 학계에서 자리잡는 데 필요한 증명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더더욱 박사생활을 마무리한다는 사실이 함의하는 바가 커요.

무엇이 성공적인 박사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본인의 역량? 학교의 지원? 모든 것이 다 중요하겠지만, 결국 박사생활(더 나아가서는 모든 대학원 과정에서)의 성공과 가장 직결된 것은 지도교수라는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이 없을 거예요. 지도교수는 학생의 학문적 성장뿐만 아니라 부가적으로 필요한 자원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금전적으로 도움을 준다거나, 정신적으로 지지가 되어주는 식으로 말이예요. 학계에 남고 싶은 학생이라면 더더욱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앞서 말했듯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수와 같이 작업을 하는 경험이 많이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학계에서의 커리어를 꾀해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상하죠. 지도교수의 역량이 학생에 따라 달라지지는 않을 텐데, 왜 학계에 남는 여성 비율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여학생 비율만큼 높아지지는 않는 걸까요? 2000년에 26%에 불과했던 남성 대비 여성의 박사학위 졸업자 비율이 73%까지 높아진 2024년에도(전국 대학원 남녀별 대학원생현황),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에도 국립대학 여성 전임교원의 비율은 21.4%에 불과하죠.

오늘 소개할 Gaule와 Piacentini의 연구는 여성 박사의 생산성과 커리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조건 중 하나로 지도교수의 성별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지도교수가 같은 성별일 때 학생들의 생산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 지도교수의 성별이 학생들의 성공적인 학계생활에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출처: Tennessee Tech, 2021, “Guide to Meetings With Your Advisor”

내 마음이 편해지는 연구실은 어디일까?

학위과정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은 나와 맞는 연구실을 찾게 되는데요. 이때, 학문적 성장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연구실이 가장 우선순위가 됩니다. 특히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중요하게 고려되는데, 이는 지도교수가 단순히 가르침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학계 전반의 문화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여성에 대한 (무)의식적인 차별이 여전히 존재하는 학계(특히 이공계)의 특성 상,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 비해 불안, 무력감, 배제감을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이 남성보다 수학, 과학에 약하다는 편견은 기본적으로 여학생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하고, 중요한 일에서 배제시킵니다. 또, 특히 여성들이 적은 환경에서 여성은 자신이 가진 약점이나 단점을 주위 사람들이 "여자라서 그래"와 같이 여성 집단의 특성인 것처럼 확대 해석할 수 있다는 염려를 늘 해야 해요. 이런 경우, 지도교수가 학생에게 관심이 많고 지원을 잘 해준다면, 여학생들도 자신감과 효능감을 보다 쉽게 기를 수 있겠죠.

이러한 차별이 없다 하더라도, 여성 과학자들은 남성이 주가 되는 연구실이나 학계에서 커리어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불안정한 상황을 견디면서도 연구에 장시간 몰두하거나 엄청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결혼 및 출산을 경험하는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이에요. 물론 경쟁적인 문화는 성별을 막론하고 편하게 느끼기는 어려운 문화지만, 이러한 관습은 특히 여성의 자신감에 더 큰 악영향을 주기도 하고요.

연구자들은 지도교수가 여성일 때, 여학생들의 고충을 더 잘 이해하고 도와줄 가능성을 생각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화학과 박사 졸업생들과 이들의 지도교수의 정보를 매칭하여, 지도교수의 성별이 학생들의 논문 생산성과 향후 취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어요.

동성 지도교수님 덕분에 취업까지!

흥미롭게도 지도교수의 성별과 학생의 성별이 같을 때, 학생의 논문 실적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현상이 발견되었어요. 여학생은 여성 교수에게 지도받을 때, 남학생은 남성 교수에게 지도받을 때 10-20% 정도 더 많이 논문을 출판하는 것이죠.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학생들이 교수로 취업할 때, 동성 지도교수의 영향력이 여성에게서만 나타났다는 점이에요. 달리 말하자면, 남성 지도교수를 가졌던 남학생들은 여성 지도교수를 가졌던 남학생들과 교원 임용 가능성이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지만, 여성 지도교수를 가졌던 여학생들은 남성 지도교수를 가졌던 여학생들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수준으로 교수로 임용되었던 거예요. 즉, 남성 교수들이 여학생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학계의 관행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여학생들이 롤모델로 삼기에는 너무 다른 특징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죠. 이러한 영향력은 명문대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명문대의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의 영향력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여성 지도교수와 함께 했던 여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5%p 높은 수준에서 학계에 남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여성 교원 비율이 지금보다 늘어나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각 학과에서 남성 대비 여성 교원 성비 목표치를 세우고, 신규 임용 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여성 과학자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배제한 채용을 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구성해야 할 거예요.
• 지도교수를 이미 정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여학생들이 학과 내에 다른 여성 교수 혹은 연구자와 교류하며 학계에 남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선배 여성 연구자들이 여성으로서 어떻게 자신의 삶과 연구를 병행하는지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주니어 연구자들이 앞으로의 커리어를 계획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 마지막으로, 근본적으로 여성 과학자가 학계에 정착하는 데 장애물이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상시적으로 의견을 수집하는 창구가 학계 전반에 걸쳐 마련될 필요가 있어요. 여성의 대표성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수반되어야 하겠고요.

지난 몇 십년 동안 학계의 여성 대표성이 늘어온 것은 사실이예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학계에 남는 것을 포기한 것도 사실이죠. 이는 여성 개인의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학계의 발전에도 큰 손실입니다. 박사 이후에 학계에서의 삶을 계속 꾸려나가기 위해, 여성 친화적인 학계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